처음 본 정면의 송강호…. 뜨겁고 뭉클했다.
2013년 충무로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 ‘변호인’(양우석 감독)이 베일을 벗었다. 입소문으로 돌고 돌았던, 탄탄하기로 유명했던 시나리오는 80년대 초 부산에서 일어났던, 그러나 부산이 아닌 당시 대한민국 안이라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었을 법한 한 사건을 공감있게 그려냈다.
송강호가 맡은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는 영화가 제작되기 전부터 이미 故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는 캐릭터. 사실 영화 자체가 부산에서 벌어졌던 ‘부림사건’과 그 사건을 담당했던 당시 변호사 노무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실존 했었던 인물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때문에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폭발하는 송강호의 연기가 영화가 표출해내는 그 어떤 이슈보다 강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송강호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거뒀던 캐릭터들은 어딘지 중심에서 조금 비껴나 있는 듯한 인물들이 많았다. ‘살인의 추억’ 속 시골 형사나 ‘놈놈놈’의 이상한 놈, ‘괴물’의 소시민 가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연기하는 송강호는 절제된 연기와 특유의 해학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그런 그는 이번 영화에서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불의한 재판 현장에서 따발총 같은 ‘말빨’로 힘없이 누명을 쓴 약자들을 구출해 내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다소 생소하면서도 흥미롭다. 특히 영화 중·후반부 롱-테이크가 사용된 법정신에서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독무대는 ‘부러진 화살’ 같은 법정 드라마가 선사했던 통쾌한 카타르시스와 뭉클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연민을 자아낼 만큼 인간적이면서도 속물적인 변호사 송우석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데 힘을 쓴다. 이어지는 후반부에는 단골 국밥집 주인(김영애 분)의 아들 진우(임시완 분)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직접 법정 싸움에 나서는 송우석의 모습이 그려진다. 전반부 인물의 소개가 조금 지나치게 많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후반부의 장점들이 이를 보완해준다.
종종 등장하는 특별 출연 배우들의 존재감이 반가움을 안긴다. 임시완은 처음 도전한 영화에서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였다. 또 신인 배우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고문 신 역시 실감나게 그려냈다. 악역인 곽도원은 뛰어난 존재감으로 송강호에 맞서며 영화의 균형을 맞췄다. 국밥집 김영애의 모성애 연기, 오달수의 친근한 모습 역시 빛을 발했다.
영화를 보다보면 두 개의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정지영 감독의 두 영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가 그것. 불공정한 권위에 대항해 싸움을 해 나간다는 면에서는 ‘부러진 화살’을, 가학적인 고문장면에서는 '남영동 1985'를 떠올릴 수 있다. 다만 이 영화는 한 인물을 앞세워 휴머니즘이 부각시킨(?) 신파극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두 영화들처럼 시대에 대한 고발정신과 그에 분노하는 한 사람의 분투기가 묘한 뭉클함을 자아낸다.
eujene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