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 해 영화 관련 호사가들은 흥행 여부에 대해 이 말을 가장 자주했다. "모르겠다". 그 만큼 흥행을 점칠 수 없는 영화계였고 희비가 교차했으며 반전도 일어났다. 어떤 영화가 예상 외 성공을 거뒀고, 또 어떤 영화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를 거뒀을까?
◇ 뜰 줄이야!
# '7번방의 선물'

이 영화는 '이렇게까지'는 잘 될 줄 몰랐던 작품이다. 지난 1월 23일 개봉한 이 영화의 총 관객수는 1281만여명(영진위).
극장을 보유하지 않은, 당시만 해도 샛별 같았던 배급사 NEW에 호불호가 갈리는 신파 내용, 처음 원톱 주연으로 나선 류승룡, '챔프'와 '각설탕' 등 이환경 감독의 전작 등을 살펴봤을 때 1300여명에 달하는 관객을 모을 것이란 생각은 못 했던 것이다. 당초 관계자들의 예상은 500만여명. 잘 되면 700만여명.
하지만 예고편 클릭 수부터 대박 예감을 보이더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관객수는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기적같은 흥행'이라는 말도 나왔다. 또 제작비 규모 등 그간 1000만 클럽에 가입한 영화들과는 맥을 달리하는 작품이기도 했다.
#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 원작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어느 정도 반향을 예상한 기대작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큰 흥행을 보였다는 평이다. 6월 5일 개봉한 이 영화의 총 관객수는 695만여명. 시사 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려 어두운 전망이 존재했지만 결국 우려를 딛고 성공을 이뤘다.
스크린 첫 주연 데뷔한 김수현이 연기자로서 더욱 입지를 굳혔고고, 올해 영화계 하나의 키워드였던 꽃미남 간첩물로서 좋은 출발을 알렸다.
# 더 테러 라이브
하정우 주연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7월 31일 여름 시장에 출격해 557만여명이라는 성적을 냈다.
마이너 기질을 지닌 이 영화가 여름 시장에 가능성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스릴감 넘치는 전개 외에도 단독 주연으로 나선 하정우의 공이 가장 컸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당시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흥행 쌍끌이를 주도하는 양상은 마치 2009년 '해운대'와 '국가대표' 때 처럼 제 살 깎아먹기 전쟁이 아닌 윈-윈으로 시장 전체의 파이를 늘린 것을 분석됐다.
# '숨바꼭질'
숨바꼭질은 올해 가장 큰 반전을 쓴 놀라운 작품으로도 꼽을 수 있다. 8월 14일 개봉해 560만여명을 모았다.
연기력은 두 말할 필요가 없으나 영화계에서는 그 흥행력에 의심이 들었던 손현주가 주연으로 나서 홈런을 날렸다. '살인의 추억'(525만 5376명)이 고수해 왔던 스릴러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으며 역대 스릴러 최단기간 흥행 속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단기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새로운 흥행 기록을 썼다. 배급사 NEW의 감각이 다시한 번 입증된 영화.

◇ 망할 줄이야!
# 라스트 스탠드
'라스트 스탠드'는 할리우드 영화이지만 메가폰을 김지운 감독이 잡았다는 점에서 올해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와 함께 주목받았다.
'달콤한 인생',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등을 통해 스타 감독으로 우뚝 선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인 이 영하는 이런 비상한 주목에도 불구, 처참한 흥행 성적을 올해 관계자들을 경악시킨 작품. 2월 21일 개봉해 단 6만여명만을 모았다.
아무리 한국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김지운 감독과 왕년의 스타이긴 하지만 액션의 전설인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조합에도 불구하고 국내 관객 10만명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은 믿지 못할 사실이었다.
# 미스터고
올해 영화계에 가장 충격을 안겨 준 영화는 '미스터 고'다. 7월 17일 개봉해 132만여명을 동원했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만들었던 상업영화의 귀재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영화 최초로CG로 만든 고릴라가 주연으로 나서 한국영화계에 하나의 혁명을 다가온 작품이었지만, 흥행적으로는 새 역사를 쓰지는 못했다. 관객들은 이 영화가 선보인 기술력에는 감탄했지만 드라마에는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230여억원이 투입된 제작비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내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 동창생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꽃미남 간첩영화 2편이었던 '동창생'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을 이어받지는 못했다. 11월 6일 개봉해 104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가까스로 100만명을 넘겼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50만여명이었다.
주연을 맡은 최승현(빅뱅 탑)은 진중한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을 얻었지만, 스토리의 짜임새나 연출력에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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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화 포스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