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독한 형제애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특이해도 너무 특이하다. ‘오로라 공주’의 서하준과 오창석이 전소민과 세 사람이 함께하는 가족 공동체를 결성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고 일부다처제인 것은 아니다. 분명 부부는 서하준-전소민이다. 굳이 세 사람의 관계를 정의해 보자면 극 중 오로라(전소민 분)의 말을 빌려 어미 새와 새끼 새들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지난 12일 오후 7시 15분 방송된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 143회에서는 본격적으로 함께 살 궁리를 하는 세 주인공 설설희(서하준 분), 황마마(오창석 분), 오로라(전소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설설희는 오로라에게 마마와 함께 살자며 제안했다. 그리고는 마마에게 전화를 걸어 “형님이 없으니 잠이 안 온다. 옷 두고 간 것 있더라. 내일 좀 보자”며 약속을 잡았다.

이튿날 일식집에서 마마와 만난 설설희는 “우리 그냥 눈 딱 감고 같이 사는 거 어떠냐. 외국 나가서. 우리 이신전심 말 안 해도 잘 통한다”며 함께 살 것을 제안했다. 마마는 “간단한 문제냐?”며 망설였지만 “헤어질 수 없는, 같이 살아야 하는 식구 같다. 형님이 있어야 든든하고 즐겁고 더 행복하다. 형님도 마찬가지 아닌가?”라는 설설희의 진심어린 고백에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무슨 감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극 중 인물들의 말에 의하면 ‘형제애’로 해석되는 감정이었다. 아들로부터 “황마마와 셋이 함께 살겠다”는 청천 벽력같은 소리를 들은 설설희의 부모 설국(임혁 분)과 안나(김영란 분)는 아들의 결정에 “하늘이시여”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환자 간병하다 보면 그렇게 예뻐진대”라며 합리화하려 했다.
이는 황마마의 부인이었다가 현재는 설설희의 부인이 된 오로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그는 한탄하는 안나에게 “설희 씨도 원하고 둘이 형제 이상으로 돈독하다. 생각해 봤더니 황 작가나 설희 씨나 남자 형제 없이 컸다. 설희 씨 입장에선 피도 안 섞였으면서 그렇게 헌신적으로 돌봐준 황 작가가 친 형 이상으로 느껴졌고, 황 작가는 믿고 의지한 설희 씨가 꼭 동생같이 생각됐나 보다“라고 둘의 관계를 해명해줬다.
아무리 형제애라고 하지만 부인 오로라가 개입된 껄끄러운 관계에도 굳이 함께 살려고 하는 설설희와 황마마의 모습은 지나친 데가 있었다. 애초 임성한 작가에게 정상적인 것을 바랐던 것은 아니나 “세 사람 감정, 설명할 순 없는데 이해하고 받아 달라. 조금 더 다르게 사는 것 뿐 이다”라며 부모를 설득하고, “지금 같아선 다른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고 눈앞에서 부인을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 외간 남자 황마마의 감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살 궁리만 하는 애절한 설설희의 모습은 마치 오로라와 사랑에 빠졌던 과거를 연상케 했다. 초반에는 그토록 백마 탄 왕자님 같았던 설설희가 이처럼 현실적으로 흔하지 않은 동거를 제안하는 4차원 인물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누가 뭐래도 세 사람은 행복했다. 황마마는 누나에게 직접 돼지고기 양배추 찌개 끓이는 법을 배워 설설희-오로라 부부를 찾았고, 직접 밥을 차려주며 기뻐했다. 방송 말미에는 함께 해외로 여행을 떠나 셋이 살 집을 구했다. 그러나 이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할 전망이다. 황마마 역의 오창석이 극 중 돌연사로 하차하기 때문. 끝을 모르는 '오로라 공주'의 파격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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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