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탑팀’, 왜 의드불패 신화는 철저히 깨졌나 [종영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2.13 07: 47

어쩌다 웬만해선 실패하기 힘들다는 의학 드라마가 이 같은 실패를 맞게 된 걸까. 끝까지 반전은 없었다. MBC 수목드라마 ‘메디컬 탑팀’이 끝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지난 12일 방송된 ‘메디컬 탑팀’(극본 윤경아 연출 김도훈, 오현종)은 의료 협진팀인 탑팀을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탑팀 멤버들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간 탑팀의 운영 방안을 놓고 탑팀 멤버들과 첨예한 갈등을 벌였던 부원장 신혜수(김영애 분)는 혈관성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으로 떠나게 됐다. 광혜대 제 2병원에서 로얄 메디컬센터 건립을 목표로 달려온 그였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에 한없이 나약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신혜수는 그간 자신이 괴롭혔던 서주영(려원 분)에게 사과를 하고 “광혜대 제 2 병원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박태신(권상우 분)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며 탑팀이 다시 세워지는 데 크게 일조했다. 결국 기업에 매각될 뻔 한 광혜대 제 2병원은 다시 살아나게 됐고, 신혜수가 가려던 원장의 자리는 한승재(주지훈 분)에게 돌아갔다. 한승재를 중심으로 서주영과 박태신 그 밖의 이전 멤버들은 함께 모여 탑팀을 꾸려갈 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일단 ‘메디컬 탑팀’은 배우들의 연기력 면에서 거둔 수확이 있었다. 주연을 맡은 권상우, 정려원, 오연서, 주지훈, 민호 등은 모두 의사 이미지와는 크게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배우들이었지만, 배역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끝까지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주지훈과 정려원은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라 할 만큼 캐릭터와 연기력이 돋보였다. 전작에서 밝고 당찬 역할을 맡았던 정려원은 이지적이고 냉철한 서주영 교수 역을 원래 자신의 모습인냥 연기해 보였다. 주지훈 역시 섬세한 연기력으로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아무리 연기자들의 연기가 뛰어났다 해도 드라마가 놓친 부분들이 완벽하게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메디컬 탑팀’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졌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떨어트렸고, 시청률 부진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산만한 진행은 배역들의 비중에도 영향을 미쳤다. 멀게는 ‘하얀 거탑’, ‘골든 타임’부터 가깝게는 KBS 2TV ‘굿 닥터’까지 그간의 성공했던 의학드라마들은 주로 1~2 인물의 내면에 집중해 이야기를 끌어갔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는 너무 많은 인물들에게 불필요한 설명의 시간이 주어졌다. 미국식의 시즌제 드라마라면 이 같은 시도가 통했겠지만, 20부작의 숨가쁜 미니시리즈가 이 같은 스토리들을 감당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역시나 산만하기만 했다.
협진팀이라는 재료는 좋았다. 그러나 그럴 듯해 보이는 설정들만 있고 이를 한 데 묶어줄 만한 주제의식은 부족했다.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의사들의 대립이 있었지만, 결국 이들의 갈등을 통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어려운 의학드라마에서 공감할 만한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메디컬 탑팀'은 허탈한 막을 내렸다. MBC에서 준비한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인 의학드라마의 이처럼 허무한 끝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던가. 다소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앞으로 또 등장할 의학드라마들에는 약이 되는 말이다. '메디컬 탑팀'을 통해 오랜만에 쓰디쓴 실패를 맛 본 MBC 이번의 경험을 통해 한층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는 '의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낳는다.
eujenej@osen.co.kr
'메디컬 탑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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