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단막 드라마 시리즈인 ‘드라마 페스티벌’이 후일을 기약하며 10주간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드라마 페스티벌’은 MBC가 7년 만에 내놓은 단막 드라마 시리즈. 지난 10월 2일 백일섭 주연의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을 시작으로, 지난 12일 ‘나 엄마 아빠 할머니 안나’까지 모두 10작품이 안방극장을 찾았다.
신인 작가들과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연출이 호흡을 맞춘 탓에 때론 엉성한 구성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존 드라마와 다른 색다른 시도와 구성은 언제나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1부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고령화 사회에서 방황하는 노년의 아픔을 유쾌한 접근 방식을 통해 가슴 먹먹하게 전달했다. 두 번째 이야기였던 사극 ‘불온’은 조선시대의 신분제도의 불합리한 구조를 타파하려고 뭉친 이들마저도 결국 부조리를 눈감는다는 세상 이치를 담으며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세 번째 작품인 ‘소년, 소녀를 다시 만나다’는 첫 사랑의 추억이 산산조각 나는 교사의 사랑을 재미있게 그렸으며, 사극 ‘상놈탈출기’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현대 사회의 비인간적인 관계로 인한 상처를 조명하는 시간이 됐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은 학교 폭력 문제에 주목했고, ‘수사부반장-왕조현을 지켜라’는 1980년대 10대 청춘의 뜨거운 첫사랑을 미스터리한 사건과 결합해 신선하게 접근했다. 8부 ‘이상 그 이상’부터는 파격적인 이야기였다. 조승우, 문소리, 서지혜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내세운 8, 9, 10부는 단막 드라마의 실험 정신을 제대로 발휘했다.
‘이상 그 이상’은 시인 이상이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이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이상의 고뇌를 밀도 있게 담았다. ‘하늘재 살인 사건’은 장모와 사위의 금기에 가까운 사랑을 그렸고, ‘나 엄마 아빠 할머니 안나’는 가족 간의 치정 멜로로 인한 파멸을 다뤘다.
이처럼 이번에 MBC가 마련한 단막 드라마 시리즈는 7년 만에 부활답게 풍성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다양한 장르와 신선한 시도가 주를 이뤘고, 배우들의 면모도 화려했다. 무엇보다도 신인 배우들의 활약이 컸다. 신인 작가와 연출,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단막 드라마의 특성상 순기능은 제대로 발휘됐다. ‘불온’에 출연한 강하늘을 시작으로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 채빈, ‘수사부반장-왕조현을 지켜라’ 최우식·한보름, ‘하늘재 살인사건’ 서강준 등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들은 모두 안정된 연기력으로 첫 주연작을 훌륭히 소화했다.
수려한 영상미도 눈에 띄었다. ‘드라마 페스티벌’은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촬영부터 색재현, 특수 영상, 컴퓨터 그래픽 등 후반 작업까지 UHD(초고화질)로 제작됐다. 제작진의 고생스러운 작업 과정은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했다.
한편 MBC는 ‘드라마 페스티벌’이 방송되기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에도 단막 드라마 방송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발전의 토대를 다지는 것은 물론이고 안방극장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드라마 페스티벌’ 2014년판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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