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표재민, 권지영, 임영진 기자] 방송가의 속설이 있다. 드라마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 잘 될 줄 알았던 기대작이 쫄딱 망하는 경우가 있고, 막강한 경쟁 드라마가 버티고 있어 방송이 된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작품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다.
내로라하는 톱스타가 출연해도 일명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하며, 흥행 배우와 거리가 먼 배우들이 대형 사고를 치기도 한다. 그만큼 드라마는 제 아무리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예측이 틀리는 변수가 산재한다. 도무지 가늠할 수 없어 더욱 흥미로운 드라마의 세계가 올해도 지상파 3사를 울고 웃게 했다.
◇ 뜰 줄이야!

# MBC '금나와라 뚝딱', 막장은 죽은 시간대도 살린다
전작 ‘아들녀석들’이 낮은 시청률과 관심으로 인해 조기종영설이 불거질 정도로 시작부터 험난했다. 여기에 주요 캐스팅이 무산되면서 배우들의 면모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금 나와라 뚝딱’은 별 기대를 받지 못하며 첫 출발을 한 후 가난한 여성이 부잣집 여성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안기는 짜릿한 즐거움, 매회 확대되는 고부갈등으로 인한 긴장감, 집안간의 대립 등이 유기적으로 펼쳐지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극적인 전개로 막장 드라마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지만 시청률 20%를 넘기며 승승장구했다. MBC는 이 드라마가 방송되던 시기에 주말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백년의 유산’까지 성공하며 주말드라마를 꽉 잡고 있는 형국이었다.
# KBS 2TV '학교2013', 스타등용문 맞잖아
'학교2013'이 다시 제작된다고 했을 때 반응은 한결 같았다. '언제적 학교냐'는 반응. 1999년 첫 방송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학교' 시리즈이지만, 이후 다양한 학원물이 인기를 끈 가운데 '학교2013'의 흥행을 쉽사리 점치기는 어려웠다. 또 월화드라마 강자 MBC '마의'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학교'의 선전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반전이었다. 학교 폭력 문제, 성적지상주의 등 실제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현실감 있게 다뤄 학생들을 비롯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 특히 이종석, 김우빈은 방황하고 흔들리는 사춘기 고등학생의 고민과 눈물, 또 청춘이라 가능한 이들의 진득한 우정까지 보여주며 그 어떤 남남커플 가운데 최고의 사랑을 받았다.
이종석과 김우빈을 주연 배우 위치로 격상시키며 강력한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 상승세를 탄 '학교2013'은 첫 방송 당시 시청률 8.0%를 기록했지만, 종영회에서 그 2배에 달하는 수치를 보이는 등 MBC의 사극 흥행불패 신화를 저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 KBS 2TV '굿닥터', 왠지 모를 따뜻한 기분
시청자에 사랑받는 의학 장르지만, 주원과 주상욱, 문채원이 전면에 나서 문근영이 주연을 맡은 MBC 사극 '불의 여신 정이'와 정면 대결 한다고 했을 때,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또 동화 같은 의학드라마를 표방한 '굿 닥터'가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주원을 통해 어떤 감동을 전해줄지도 예상이 가능해 흥미를 유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굿닥터'는 '불의 여신 정이'의 안일한 전개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의국에서 발생하는 긴박함과 어린이 환자와의 교감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주인공 시온의 성장을 통해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굿닥터'는 각종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인기 드라마의 공식을 밟기 시작했고, 방송되는 10주 동안 단 한번도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고 퇴장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 KBS 2TV '비밀', 연출과 대본 그리고 황정음의 재발견
드라마에서 대본과 연출의 파워를 눈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유보라, 최호철 등 신인 작가가 집필한 '비밀'은 '학교2013'의 연출로 영상미를 인정받은 이응복 PD가 메가폰을 잡아, 숨 가쁜 전개를 이어갔다. 특히 매회 몰아치는 사건의 연속 가운데서도 시청자를 끌고 오던 절제된 영상미와 황정음, 지성, 배수빈 등 배우들의 열연 등 대본, 연출, 배우 삼박자가 꼭 맞았던 이 작품은 거센 입소문을 탔다.
'비밀'은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독한 멜로로 망나니 재벌2세, 권력욕에 눈을 뜬 가난한 검사, 가난하지만 생활력 강한 똑순이 등 정형화된 캐릭터로 뻔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숨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사건 사고 속에서 배우들의 캐릭터는 살아나기 시작했고, 매회 눈물을 뽑아내는 격정적인 이야기 전개는 인물이 감춘 비밀에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이에 5%대 낮은 시청률로 출발했던 '비밀'은 매회 시청률 수직 상승,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등 톱배우를 대거 기용하고 무섭게 공격하던 SBS '상속자들'을 견제하는데 성공,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며 여유롭게 퇴장, 끝까지 호평을 이끌어냈다.
#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했다
'내 연애의 모든 것' 후속으로 방송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의외로 업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진을 겪은 전작의 영향도 있었고, 이보영, 윤상현, 이종석, 이다희로 꾸려진 주연 배우들이 경쟁 작품에 비해 약하다는 평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첫 회에서 한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3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11회부터 20%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결국 2회 연장된 18회로 종영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인기요인으로는 법정스릴러와 로맨스의 적절한 결합과 이보영, 이종석, 윤상현, 정웅인 등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가 꼽혔다. 삼박자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풀이다.
◇ 망할 줄이야!
# MBC ‘불의 여신 정이’, 사극 불패 신화 깰 줄이야
올해 MBC는 월화드라마를 죄다 시청률 흥행보증수표인 사극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불의 여신 정이’는 ‘마의’, ‘구가의 서’, ‘기황후’와 같은 성공작이 되지 못했다. 이 드라마는 ‘바람의 화원’으로 사극 열풍을 일으킨 문근영의 사극 복귀작이라는 점이 기대요인이었다.
여기에 이상윤, 김범, 전광렬, 정보석, 이광수, 박건형 등 화려한 출연진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주인공의 성공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당연히 1위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라고 예측됐다. 중반 이후 갈등 구조가 지루하게 전개되면서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시청률이 3위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 MBC ‘7급공무원’, 흥행 보증도 어쩔 수 없는 난감한 드라마
로맨스 첩보물을 표방했던 수목드라마 ‘7급공무원’은 초반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주원과 최강희의 달달하고 귀여운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미소를 유발했고 국정원을 배경으로 하며 흥미를 자극했다. ‘추노’, ‘도망자’를 집필한 천성일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기대를 끄는 이유였다.
허나 이 드라마는 회가 거듭될수록 현실성 없는 전개와 중구난방인 인물 설정으로 안방극장의 외면을 받았다. 특히 장난 같은 액션 장면과 로맨스와 첩보 둘 다 흥미를 끌지 못하는 구성으로 안방극장의 집중을 받기엔 어려웠다. 주원과 최강희의 로맨스는 볼만 했지만, 배우들이 아까운 드라마 중에 하나였다.
# MBC ‘남자가 사랑할 때’, 완벽한 조화도 소용 없었다
정통 멜로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송승헌과 신세경의 극중 파격적인 나이차이 로맨스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극중 두 사람은 40대와 20대로 끈끈한 치정 멜로를 담을 것이라는 기획의도였다. 더욱이 이 드라마는 지난해 시청률 3위에서 1위로 올라선 저력을 보인 ‘적도의 남자’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점과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에서 무난히 시청률 1위를 예감하게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후 상황은 달랐다. 이 드라마는 중반 이후 신세경과 연우진이 연기한 인물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로 표현되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 MBC ‘여왕의 교실’, 고현정 파워는 어디에?
‘여왕의 교실’은 배우 고현정이 출연한다는 점과 ‘직장의 신’에 이어 일본 원작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기대작이었다. 김향기, 천보근, 김새론, 서신애 등 아역배우들의 열연까지 뒷받침됐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고현정의 섬세한 연기는 늘 호평이었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자극적인 설정과 연극을 보는 듯한 비현실적인 대사는 많은 이목을 받기엔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마여진 교사의 교육 가치관은 고정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면은 있었다. 그래도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이름값에 비해 성적표는 아쉬움이 남았다.
# MBC ‘메디컬탑팀’, 의학 드라마도 망할 수 있다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의학 드라마는 불패신화였다. 특히 MBC는 ‘종합병원’을 시작으로 ‘하얀거탑’, ‘뉴하트’, ‘골든타임’까지 의학드라마를 내놓을 때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출연 배우들의 힘도 상당히 묵직했다. 권상우, 정려원, 주지훈, 오연서 등이 대거 가세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이 드라마는 경쟁 드라마인 KBS 2TV ‘비밀’과 SBS ‘상속자들’에 밀려 한때 시청률이 3%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일단 최고의 의사들이 협진팀인 탑팀을 이룬다는 설정을 비현실적으로 다루고, 의사들간의 갈등에 치중하다보니 로맨스와 생명을 살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소홀히 한 게 문제였다. 캐릭터가 뒤죽박죽 개연성을 잃으면서 작품의 완성도는 자연스레 떨어졌다.
# KBS 2TV '상어', 웅장하고 묵직하게 유영만
김남길과 손예진의 만남만으로도 뜨거웠다. '상어'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에게조차 칼끝을 겨누는 남자와 치명적 사랑 앞에 흔들리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로, 날카로운 눈빛으로 여심을 사로잡는 김남길과 멜로퀸 손예진이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 작품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상어'는 '부활', '마왕' 등 웰메이드 복수극 시리즈의 종결판. 긴박한 사건의 연속과 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 감각적인 연출로 명성 높은 박찬홍 PD와 김지우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복수시리즈 완결판으로, 묵혀온 작품인 만큼 더 잘 만들겠다는 각오를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올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연출과 미스터리에 집중되며 주인공의 멜로는 뒤로 밀려났다. 특히 김남길의 복수극에 점차 무게가 실리며 손예진의 분량이 점차 사라졌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시청자의 유입을 어렵게 해 경쟁작에 밀리고 말았다. '상어'는 동시간대 2위의 성적으로 시청률 10%대 안팎에 머물렀다.

# KBS 2TV '아이리스Ⅱ', 속편은 하지 않기로 해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전형이었던 시즌1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장혁, 이다해, 이범수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투입돼 시즌1 보다 더욱 거대해진 스케일 속에서 화려한 액션연기를 펼치는 이들의 모습은 시선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너무 강력한 상대를 만났던 걸까. 정통 첩보액션 ‘아이리스Ⅱ’는 아이리스와 NSS의 대결만큼이나 조인성과 송혜교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정통 멜로 SBS 새 수목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의 전면전에서 참패했다. 시즌1과 스핀오프작에서 많이 봐왔던 장면들이 이어지며 신선함이 떨어졌던 ‘아이리스Ⅱ’는 끝나지 않은 싸움과 남아있는 핵 등으로 다음 시즌에 대한 여지를 열어뒀고, 두자릿수 시청률에 턱걸이하며 겨우 체면을 지켰다.
# KBS 2TV '칼과 꽃', 360도 회전신이 다 했잖아요
'적도의 남자'를 통해 영상미로 호평을 얻어낸 김용수 PD와 신들린 연기력을 보여줬던 엄태웅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김PD와 엄태웅이 또 한 번 '적도의 남자' 신화를 이어갈지 관심을 끌었던 것. 또 세세한 소품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인 미술팀의 노력과 강렬한 색채는 웰메이드 사극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첫 회부터 동시간대 꼴찌로 불안한 출발을 했던 '칼과 꽃'은 360도 회전신 등 파격적인 연출로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갈리게 했다. 또 상큼 발랄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에 판타지 요소까지 녹여내며 큰 사랑을 받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독주는 무거운 느낌의 '칼과 꽃'을 시청자가 더욱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칼과 꽃'은 최민수, 엄태웅, 김옥빈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고구려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려냈음에도 저조한 시청률 속 조용히 퇴장했다.
#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재해석 너무 과했나
김태희와 유아인의 만남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리메이크 될 때마다 흥행에 성공했던 '장옥정'을 데려온데다가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로맨스에 열광하는 시청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장희빈을 재해석 한다는 점이 새로웠지만 너무 과한 인상이다. 악랄하고 표독스러운 장희빈 대신에 '착한' 장희빈을 시청자들은 어색해했다. 시청률에서도 고전했고, 역사 왜곡 논란에도 휩싸였다. 스탠딩파티, 마네킹, 하이힐부터 과도한 PPL까지 몸살을 앓았다. 중반 이후부터는 패션 디자이너보다 요부 장희빈의 모습에만 집중하며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 아쉬움을 더했다.
# SBS '내 연애의 모든 것', 아직은 무거웠던 정치 드라마
정치와 로맨스의 결합은 신선했다. 브라운관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신하균이, 이민정과 만났다는 사실은 더 흥미로웠다. 이 드라마는 이응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정치적 색깔이 완전히 다른 두 국회의원이 벌이는 짜릿한 비밀연애를 담았다. 곳곳에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장치를 두기도 했다.
신선한 기획 덕분에 큰 관심을 모았던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방송 내내 4%대의 저조한 시청률에 그쳤다. 정치와 멜로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아쉬움 속에 종영했다. 신선한 기획 의도, 건전한 메시지를 장점을 내놓았으나 시청자들에게는 결과적으로 부담만 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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