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기도 했다. 출범할 때는 커다란 나팔을 울리며 떠들썩하게 굴었지만 첫 방송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폐지설에 시달리다 결국 초라하게 퇴장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지상파 3사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제 아무리 명MC라고 해도 살리지 못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제작진이나 방송사 내부에서조차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프로그램이 의외의 수확을 거두면서 효자 소리를 들었다. 그야말로 반전의 흥행과 실패가 교차하면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진의 운명도 좌지우지 됐는데 과연 2013년 지상파 3사를 통틀어 뜰 줄 몰랐던 예능과 망할 줄 몰랐던 예능엔 뭐가 있었나.
◇ 뜰 줄이야!

# MBC ‘일밤-아빠 어디가’, 작은 고추 이렇게 매울 줄 몰랐죠?
그렇다. 몰랐다. 당시만 해도 톱스타의 자녀들도 아니었는데 지금 이렇게 수많은 CF를 섭렵할 줄은. 올해 1월 첫선을 보인 '아빠 어디가'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다지 큰 기대를 부른 프로그램은 아니다. 방송사 내부에서조차 시청률 두 자리만 찍어도 어깨춤을 추겠다고 공언할 정도였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전작이던 '나는 가수다2'가 1탄에 비해 혹독한 시청률 성적표와 냉정하 시청평을 얻은 뒤였던 때다. 게다가 성동일 김성주 송종국 윤민수 등 사실상 톱스타라고 보기 힘든 스타들과 그의 숨겨진 자녀들을 섭외해 호불호가 갈리던 참이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심상치 않았던 반응은 시청률 성적과 네티즌 호응으로 크게 나타났다. 12월 현재까지 1년 가까이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윤후와 성준, 민국, 지아 등 어린이들의 다방면 진출을 가능케 했다.
# MBC ‘일밤-진짜 사나이’, 오합지졸이 진짜 사나이 되기까지
‘아빠 어디가’로 자존심을 회복한 ‘일밤’이 꺼낸 카드는 군대였다. 자고로 군대 이야기는 재미 없기로 소문났다고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보란 듯이 군대도 재밌는 예능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실 ‘진짜 사나이’는 5~6일간의 긴 촬영 기간과 군체험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섭외에 애를 먹었다. 때문에 예능프로그램에 익숙한 예능인이나 주목을 확 끌 수 있는 톱스타로 멤버 구성을 하지는 못했다.
배우 김수로를 시작으로 샘 해밍턴, 류수영, 서경석, 손진영, 엠블랙 미르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언제 어디서든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구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찰 다큐 예능프로그램인 동시에 군체험이라는 특성은 캐릭터 형성에 큰 무기가 되며 강력한 라인업이 아니더라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됐다. 미르가 하차하고 장혁과 박형식이 합류한 이후 이들의 빡빡하고 안쓰러운 군생활은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파일럿이 주말 황금
‘아빠 어디가’가 큰 인기를 끌자, KBS는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짝퉁’ 프로그램이라는 오명 속에서 출발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추석 연휴 연속 방영되며,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중에 가장 높은 파괴력을 자랑했다. 어느 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고 해도 비슷한 유형의 프로그램이 또 성공하기는 쉽지 않기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으며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부터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무엇보다도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 어디가’와의 차별성을 둔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아빠 어디가’가 아빠와 아이들의 여행기를 다룬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들의 고생스러운 육아기에 집중했다. 물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들의 자녀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고, 아빠 스타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무시 못한다. 추석 대박을 터뜨린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꼴찌를 달리던 ‘해피선데이’를 구원하기 위해 주말 오후에 자리를 잡았고 현재 순항 중이다.

◇ 망할 줄이야!
# 보기 좋은 MBC ‘스플래시’ 맛은 별로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이하 ‘스플래시’)는 시작은 화려했지만 끝은 초라했다.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PD가 연출을 맡았고, SM C&C가 네덜란드에서 판권을 사들여 적지 않은 규모의 자본을 투자했다. 출연자도 못지않게 근사했다. 당시 가장 ‘핫한’ 스타였던 클라라부터 예능 다크호스로 떠오른 샘 해밍턴부터 슈퍼주니어 강인, 샤이니 민호와 같은 인기 아이돌까지 다이빙을 위해 총 출동했다.
그러나 ‘스플래시’는 시청률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미 승기를 잡고 있던 SBS ‘정글의 법칙’의 탓도 있었고, 다이빙이라는 스포츠의 재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리지 못한 미숙함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스플래시’에 치명타를 입힌 사건은 이봉원의 부상이었다. 대중은 프로그램의 폐지를 요구했고, 결국 ‘스플래시’는 5.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마지막으로 4회 만에 폐지의 철퇴를 맞았다.
# KBS 2TV ‘달빛 프린스’·SBS ‘맨발의 친구들’, 돌아온 강호동의 험난했던 적응기
2013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시련을 겪었던 방송인을 꼽자면 아마 강호동이리라. 강호동은 KBS 2TV ‘달빛 프린스’, SBS ‘맨발의 친구들’ 두 편의 예능프로그램에서 폐지의 쓴 맛을 봤다.
‘달빛 프린스’는 강호동이 오랜 공백 끝에 선택한 KBS 첫 예능이었다. 돌아온 강호동의 독서 버라이어티라는 콘셉트는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를 톱스타 없이도 인기 프로그램 반열에 올려놓았던 이예지 PD가 강호동과 손을 잡고 그의 컴백을 함께 했다.
뚜껑을 연 ‘달빛 프린스’의 성적은 처참했다. 지난 1월 첫 회 5,7%를 기록했던 이 프로그램은 9회 3.3%의 시청률을 나타내며 막을 내렸다. 날고 기는 예능인들도 독서와 버라이어티를 접목시키기 어려웠다. 갑자기 책을 들고서 대중 앞에 선 강호동도 낯설기 그지없었다.
‘맨발의 친구들’도 ‘달빛 프린스’ 못지않게 시청자들의 큰 관심 속에서 출발했다. 게다가 강호동은 물론 김현중, 윤시윤, 유이, 윤종신, 은혁, 은지원 등 예능 단골들부터 초보까지 폭넓은 스타들이 참여했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달 17일 종영할 때까지 ‘맨발의 친구들’을 살려내기 위한 포맷은 자주 변화했다. 그 때마다 멤버들은 바뀐 프로그램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카드였던 먹방까지 등장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기엔 역부족이었다. ‘맨발의 친구들’은 그렇게 6%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 SBS 19금 토크·생방송..‘화신’, 안 될 프로그램은 결국 안 되나 봐요
19금 토크는 빵빵 터졌다. 신동엽과 김희선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야한 개그를 쏟아냈다. 중간에 투입됐긴 했지만 국내 최고 입담 중 하나인 김구라도 합류했다. 예능에 흔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봉태규도 등장했다. 게스트의 면면도 만만찮았다. 아이돌부터 톱배우들까지 ‘화신’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시청률 저조가 이어졌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토크쇼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모험도 감행했다. 이러한 변화는 화제를 모으기는 했지만 시청률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구원투수 김구라가 급히 ‘화신’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화신’은 3.3%의 시청률로 8개월여 만에 폐지 프로그램이 됐다.
osenstar@osen.co.kr
KBS, MBC,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