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치르는 중에도 성장한다.’ 동부의 신인가드 두경민(22)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원주 동부는 13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에 90-7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8승(16패)을 신고한 동부는 2연패에서 탈출했다. 두경민은 3점슛 5방을 포함해 21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동부는 시작부터 6-20으로 끌려가며 출발이 좋지 않았다. 2쿼터 중반 NBA에서나 볼만한 상황이 나왔다. 동부의 공격에서 두경민이 공을 잡고 드리블을 했다. 이 때 이승준은 골밑의 좋은 자리에서 완벽하게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두경민의 패스는 들어오지 않았다. 답답한 이승준은 손짓발짓을 다하며 소리를 쳤지만 두경민은 다른 곳에 공을 건네줬다. 공격에 나선 두경민은 3점슛과 점프슛을 터트리며 내리 5득점을 올렸다.

이후 이충희 감독이 작전시간을 요청했다. 이승준은 두경민에게 왜 패스를 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두경민도 나름 이승준에게 해명을 했다. 경기 중 동료선수들끼리 설전을 벌이는 것은 KBL에서 흔치 않은 풍경이다.
두경민은 주로 본인이 드리블을 치거나 골대를 돌아 나와서 공을 잡자마자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한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시도하기 때문에 성공률도 좋은 편이다. 반면 대부분 본인이 마무리를 하다 보니 어시스트는 많이 나오지 않는 단점이 있다.
가드라면 베스트포지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해서 팀 전체의 사기를 올리는 역할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동료들이 살아야 두경민도 살 수 있다. 3쿼터 후반 동부는 두경민-김현호-이승준-렌들맨이 드리블 없이 3번의 패스로 덩크슛을 만들었다. 팀워크로 만든 득점에 단번에 동부의 사기가 올라갔다. 골밑에서 득점이 터지면서 외곽에서 노마크 찬스가 났다. 두경민은 지체 없이 3점슛을 꽂았다.
4쿼터 초반 두경민은 골밑의 이승준에게 엔트리 패스를 넣어주면서 손쉬운 득점을 만들어줬다. 이어진 공격에서 두경민은 직접 골밑으로 돌진해 레이업슛을 꽂았다. 상대 수비에게 ‘두경민이 패스도 있다’는 것이 각인된 뒤였기에 더욱 돌파하기가 용이했다. 결국 두경민 본인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어시스트는 반드시 필요했다. 팀 전체가 살아나자 두경민 혼자 분전할 때보다 동부의 화력이 배가됐다. 동부는 이날 시즌최다인 90점을 뽑아냈다.
경기 후 두경민은 이승준과의 설전에 대해 “상대가 팀파울이었다. 골밑의 승준이 형에게 공이 들어가야 미스매치가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활용을 못했다. 승준이 형이 자꾸 (기회를) 봐달라고 했고, 나도 (패스를) 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신인 두경민은 이 날의 시행착오를 통해 패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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