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이 '떼거지'로 나오는 MBC 곤충 다큐멘터리 ‘곤충, 위대한 본능’이 곤충들의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본능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했다. 그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교육적인 목적이 강한 소재였지만, 흥미를 놓치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곤충이 단순히 징그러운 존재이고, 곤충을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일정 부분 눈을 가리고 봐야하는 불편한 면모가 있다는 선입견을 날리는데 일조했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곤충, 위대한 본능’에서는 1부 ‘본능 전쟁’에 이어 2부 ‘엄마의 본능’을 다뤘다. 1부가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를 내보냈다면, 2부는 종족번식 본능과 모성애에 집중했다.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을 통해 재미와 교육적 요소를 모두 잡은 김진만 PD가 곤충 다큐멘터리를 선택한 자신감은 여기에 있었다. 곤충의 생존 본능과 모성애는 인간과 다름 없었다.
이날 방송은 참나무 수액을 두고 풍이, 장수말벌, 장수풍뎅이가 쟁탈전을 벌이고, 먹고 살기 위해 침을 쏘는 나나니의 귀엽고 안쓰러운 분투기가 담겼다. 침을 제대로 쏘지 못해 애벌레가 달아나는 바람에 진땀을 빼는 나나니.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던 장수풍뎅이 수컷이 암컷 앞에서는 사랑의 노예가 되는 신비롭고 위대한 본능은 제작진의 애정 어린 시선에 힘입어 귀엽고 사랑스럽게 다뤄졌다.

새끼들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는 곤충은 나나니 뿐이 아니었다. 왜코벌 역시 끊임 없이 파리를 사냥하며 새끼를 돌봤다. 이 같은 곤충들의 전투적인 사냥기는 모두 새끼를 키우기 위한 숭고한 집착이라는 감동적인 이유가 있었다.
또한 짝짓기를 한 후 잎사귀 안에 알을 낳은 후 철저하게 가림막을 하는 거위벌레의 영특한 행동, 후박나무 껍집을 씹어 그 곳에 알을 낳는 후박나무하늘소의 정성은 애처로우면서도 뭉클함을 안겼다.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잃은 후 절망하는 왕바다리가 다시 새끼를 낳으며 천적에게 대항하는 반격의 과정까지 치열한 번식 본능은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계절이 바뀌는 동안 살기 위해, 새끼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쓰는 곤충들의 삶은 곤충을 혐오스러운 존재로 인식하는 이들의 마음도 뒤흔들었다.
제작진은 이날 1부와 마찬가지로 곤충들의 아름다운 본능을 생동감 넘치게 전하기 위해 다양한 음악을 사용했다. 곤충들의 세세한 움직임과 상황에 맞게 구성했다. 나나니의 새끼를 먹이기 위한 처절한 먹이 사냥기는 감동적인 음악을 깔고, 기생 파리의 얌체 행동은 활기 넘치는 음악을 집어넣었다. 이는 제작진이 고난의 촬영 뿐만 아니라 곤충들의 생존 본능에 이야기를 입히기 위해 많이 고심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MBC는 이번에 ‘곤충, 위대한 본능’을 통해 재기발랄한 곤충 다큐멘터리에 도전했다. 곤충의 본능을 담겠다는 기획의도 하에 한반도 곳곳을 누볐고 멸종된 줄 알았던 긴다리소똥구리도 23년 만에 카메라에 잡는데 성공했다. 특히 교육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았던 점이 안방극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주요 이유가 됐다.
곤충은 동물이나 인물 다큐멘터리와 달리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는 소재. 허나 곤충에 흠뻑 빠진 듯한 정밀한 사전 조사와 각고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 촬영하고 이야기를 짜낸 제작진의 노력은 시청자들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날 가수 겸 배우 이승기는 이 다큐멘터리의 이야기의 힘을 싣는 내레이터를 맡아 친근한 목소리로 프로그램의 호감을 높였다. 특히 종족 번식을 위해 힘을 쓰는 곤충을 응원하는 듯한 한껏 들뜨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 연기는 ‘곤충, 위대한 본능’의 재미의 한 부분이었다. 방송 중 트위터 등 인터넷은 이 곤충 다큐멘터리에 호평을 쏟아내는 시청자들의 글로 도배되며 동시간대 방송되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파급력을 자랑했다.
jmpyo@osen.co.kr
MBC '곤충, 위대한 본능'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