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가 올 시즌 최고의 경기를 했다. 14점을 뒤지던 경기를 18점 차로 이겼다.
원주 동부는 13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에 90-7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시즌 8승(16패)을 신고한 동부는 2연패에서 탈출했다.
대단한 반전드라마였다. 박지현-박병우-박지훈-김주성-크리스 모스가 선발로 나온 동부는 6-20으로 끌려갔다. 초반부터 박살이 나는 동부의 모습에 홈팬들도 '그럼 그렇지!'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때 벤치에서 전의를 불태우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이승준이었다. 평소 ‘자동문 수비’로 비아냥을 듣던 이승준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적극적으로 골밑득점을 올리면서 수비도 열심히 했다. 2쿼터 8점을 퍼부은 이승준은 12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특히 이승준과 키스 렌들맨의 조합은 대박이었다. 하이포스트로 빠진 이승준은 렌들맨에게 꿀패스를 넣어주며 김주성이 하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3쿼터 후반에 터진 두경민-김현호-이승준-렌들맨으로 이어진 4각 패스는 렌들맨의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슛으로 이어졌다. 4쿼터 크게 점수 차를 벌린 렌들맨은 벤치로 돌아와 이승준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동부벤치가 이렇게 화기애애한 것은 올 시즌 처음이었다. 렌들맨은 KBL데뷔 후 최고인 27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두경민도 터졌다. 2쿼터 두경민은 골밑에서 완벽한 찬스를 맞은 이승준에게 패스하지 않았다. 두경민은 또 혼자 득점하기 시작했다. 작전시간에 이승준은 두경민에게 버럭 화를 냈다. 동부가 패하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3쿼터부터 각성한 두경민은 골밑의 이승준에게 어시스트를 뿌렸다. 기회가 생기면 곧바로 골밑을 파고들거나 3점슛을 쐈다. 두경민의 슈팅은 거침없이 림을 흔들었다. 그는 3점슛 5방을 포함해 21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날았다. 약점이었던 턴오버는 단 한 개만 범했다.

김현호와 두경민의 조합도 훌륭했다. 스피드가 뛰어난 김현호는 8개의 어시스트를 뿌렸다. 데뷔 후 한 경기 최다기록이었다. 2011년 전체 5순위로 데뷔한 김현호는 부상으로 데뷔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지난 시즌도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이 제대로 된 첫 시즌인 셈이다. 김현호가 안정적으로 리딩을 하면서 부담을 덜은 두경민의 득점력도 배가됐다. 둘은 183~4cm 단신가드 조합이지만 지역방어를 서면서 단점을 메웠고, 장점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날 동부는 시즌 최다 90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14점을 뒤지던 경기를 18점 차로 뒤집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김현호-두경민, 이승준-렌들맨이라는 확실한 조합도 찾았다. 김주성-모스, 박지현-이광재 혹은 박병우 조합까지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더블스쿼드를 갖출 정도로 선수층이 깊어진다. 여기에 내년 1월 말에는 백코트와 프론트코트의 완벽한 연결고리인 윤호영이 돌아온다. 누구와 붙어도 해볼 만한 팀이 완성되는 것.
전자랜드전 대역전승으로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동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생각이 달라지자 경기내용도 한층 좋아졌다. 앞으로 이충희 감독은 대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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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