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라의 도란도란]고시엔 모습도 바꿔놓는 日 아마 스포츠의 위력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2.14 06: 29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지난 12일.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한 오승환(31)은 앞으로 홈구장으로 쓰게 될 고시엔 구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그가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던 일본 매체들의 기대와 달리 마운드에 서보지 못했다.
이는 고시엔 구장의 마운드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 일본 취재진은 "지금 지난 일요일(10일)부터 고시엔 구장에서 일본 고교 중 전국 1위를 가리는 아메리칸 풋볼 대회가 열리고 있어 고시엔 구장이 풋볼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사진에서 보듯 그라운드에 마운드가 없어지고 풋볼 경기를 위한 폴대가 세워져 있다.

고시엔 구장이 다른 스포츠에 쓰이는 것은 1년에 1번, 이 풋볼 대회가 유일하다. 도쿄돔, 야후돔 등은 때때로 가수들의 콘서트 장에 쓰이기도 하고 다른 야구장들은 겨울에 축구장으로 변신할 때도 있지만 일본 야구의 성지인 고시엔 만큼은 변화 없이 야구장으로만 쓰이다 겨울에 한 번 모습을 바꾼다.
한신이 고시엔 구장을 내줄 때가 또 있는데 바로 '고시엔 대회'라는 애칭이 더 유명한,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릴 때이다. 1915년 제1회 경기가 열린 뒤 1924년 고시엔 구장이 완공되자 이곳에서 열리기 시작한 고시엔 대회는 매년 봄과 여름 한신을 원정길로 몰아내며 열린다.
결국 한신은 항상 고등학생들에게 밀려 고시엔 구장을 내주는 셈이다. 일본에서 아마추어 스포츠가 얼마나 큰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상이다. 우리나라는 고교야구팀 개수가 60개인 데 비해 일본은 약 4000개에 달한다. 지금도 고시엔은 항상 일본인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때문에 고교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우리나라 역시 목동구장에서 고교야구대회가 열릴 때면 넥센 히어로즈가 가끔 자리를 비우고 원정길을 떠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교야구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일본에 와서 야구시설들을 둘러본 오승환은 자신의 수입의 일부를 한국 아마 야구 지원을 위해 내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시엔의 모습조차 바꿔버리는 풋볼 대회. 그리고 한신이 매년 여름 죽음의 12연전을 치러도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고시엔 대회. 한국 아마 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스포츠 선진국' 일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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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경기장으로 바뀐 고시엔 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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