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타샤 좀 책임져 주세요!"
종영을 앞둔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 속 나타샤(송원근 분) 캐릭터를 좋아했던 팬들이 작가하게 호소하는 마지막 외침(?)이다.
당초 나타샤는 성소수자로 극 중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애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남자의 몸이지만 영혼은 여자였던 나타샤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또 그 사랑에 아파했다. 그런 나타샤를 보며 팬들도 같이 마음 아파했고, 배우 송원근은 연기 잘 하는 배우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가 그립다. 지금 등장하는 송원근의 모습은 그저 코믹할 뿐이다.
나타샤는 애인 박사공(김정도)이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배신을 당했고 지난 134회에서 중도 하차했다. 하지만 얼마 전 그가 돌연 성정체성을 바꾸고 나타났다. 그 배경이 시청자들을 기암케 했다. 108배 절을 한 끝에 그는 상남자가 됐다.
별일이 다 일어나는 세상 만사이기에,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성정체성을 바꾼 나타샤가 단순히 남자를 넘어 작업의 고수가 된 면모는 아무래도 감당하기가 힘들다.
13일 방송에서는 능수능란하게 여자를 다루는 나타샤에 황자몽(김혜은 분)이 푹 빠져 마음을 끓이는 모습을 보였다.
나타샤는 황자몽을 만나 그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전화번호를 물었으며 '집밥'을 대접하겠다고 그를 초대했다. 황자몽이 나타샤의 집을 방문, 말린 꽃다발을 보며 여자 친구가 있냐고 묻자 "지난 번 선생님 공연 때 갔었다. 너무 감동받아서 대기실까지 갔는데 바빠 보이셔서 못 드리고 나온 꽃이다"고 답해 황자몽의 마음을 더 설레게 했다.
또 황자몽에게 "선생님은 나한테 오뚜기다. 지치고 힘들 때 선생님을 생각하면 에너지가 생긴다"라는 달콤한 멘트를 날리는가 하면, 과연 여자였던 시절이 있었을까, 아니 여자였기 때문에 여자의 마음을 더 잘 아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여자를 홀딱 넘어가게 하는 능숙한 스킨십을 선보였다. 박사공에게 떼를 쓰고 사공의 동생 지영(정주연 분)과 여자 대 여자로서 기 싸움을 벌이던 그 나타샤가 아니다.
급기야 황자몽은 이런 나타샤와의 키스를 꿈 꾸며 연락없는 그에게 "나쁜 놈. 먼저 불 질러 놓고"라고 애타는 마음을 드러냈다.
불쌍했던 여인이 이제 '나쁜 놈'이 됐다. 아무리 사람이 한 순간 변할 수 있다고 하지만, 드라마와 시청자들에게는 그래도 전개에 대한 암묵적인 약속이 있는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황자몽을 유혹하는 상남자 이 역은 나타샤가 아닌 다른 남자라도 할 수 있다. 굳이 임성한 작가가 나타샤를 재등장 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긍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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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