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별난 부모님들로 떠들썩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행동은 설득력을 잃고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지난 14일 오후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광박(이윤지 분), 상남(한주완 분)의 결혼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는 앙금(김해숙 분), 대세(이병준 분)와 아들 세달(오만석 분)과 이혼하려는 호박(이태란 분)의 눈치를 보는 살라(이보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앙금과 대세는 마지못해 상견례 자리에 나왔다. 각자 서로의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부모로서 한발 접고 들어가기로 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상견례 자리에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말다툼을 벌였다. 도저히 봉합되기엔 힘든 앙숙이 돼 버린 앙금와 대세였다.

특히 앙금의 독설이 이어졌다. 앙금은 상남을 향해 중졸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입에 올렸다. 그리고 "우리 딸은 의사와 맞선을 보려고 했다"며 자신의 딸 광박과 상남이 맞지 않음을 설파했다. 대세도 이에 질 인물은 아니었다. 대세는 "우리 아들도 여자가 줄 서있다. 이럴 거면 뭐하러 며느리 오디션까지 봤냐"고 응수했다.
앙금은 상남 뿐 아니라 대세의 치부까지 들췄다. 그는 "그런데 이혼은 어쩌다 하셨냐"며 "아들이 아버지 따라간다고 하지 않나.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무인인 앙금의 태도에 상견례 자리의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방송 말미 다시 일어났다. 결국 혼수와 예물 문제로 대세의 집을 찾은 앙금은 집에 들어설 때부터 싸움을 하러온 사람마냥 굴었다. 대세 또한 앙금의 말에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을 엎자"는 결론에 다달았다.
'왕가네 식구들'의 또 다른 시어머니 살라도 며느리 호박의 속을 썩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호박이 그에게 집에서 나갈 것을 종용하자 살라는 "그럼 돈이나 좀 해달라. 나 이대로는 못 쫓겨난다. 법대로 하자"고 말했다. 세달이 불륜을 저지를 때 오히려 그를 옹호하던 살라였고, 집을 장만할 때 호박이 얼마만큼이나 고생했는지 똑똑히 봤던 살라였다.
또 살라는 "내 아들이 죽을 죄를 지었다고 치자. 그래도 그 원인은 너에게 있다"며 "사내놈이 긴 인생 살면서 한 번 실수도 할 수 있지 그것 때문에 이혼하자는 게 말이 되나"고 쏘아붙이며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할말을 잃게 하는 살라의 언행에 호박은 기가 찰 뿐이었다.
이 쯤 되니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당사자들보다도 부모님들이 문제다. 서로를 한없이 사랑해주는 광박, 상남의 애정 전선은 맑지만 으르렁대기만 하는 부모님들 때문에 결혼은 엎어질 참이다. 이들은 조금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며 결혼 준비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호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달은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노숙자로 살고 있다. 또한 그동안 보여준 호박의 착한 심성을 고려할 때 이들의 재결합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호박의 성질을 돋우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시어머니 살라다.
별 일 다 있는 '왕가네 식구들'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이들에게 조금만 더 평범한 부모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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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네 식구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