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55) SK 감독은 근황을 묻는 질문에 “눈이 아프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요새 며칠째 비디오와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선발의 고심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내년 팀 성적을 생각하면 자신의 눈 건강을 걱정할 틈이 없다.
SK는 14일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했던 우완 정통파 투수 로스 울프(31)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여기에 올해 30경기에 나가 8승을 거뒀던 조조 레이예스(29)와의 재계약도 발표했다. 올해 14승을 거두며 팀 에이스 몫을 톡톡히 했던 크리스 세든의 이탈 여파를 울프의 영입으로 메워놓은 모양새가 됐다. 울프는 마이너리그 성적이 수준급이고 올해도 텍사스에서 22경기에나 나선 ‘25인 로스터’ 출신 선수다. 이만수 감독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당초 세든·레이예스와의 재계약을 낙관했던 SK는 세든이 일본프로야구 팀으로부터 관심을 받는 등 이상기류가 흐르자 곧바로 ‘플랜B’를 가동했다. 그간 쌓아놓은 정보를 바탕으로 대체후보 리스트를 추렸고 이는 이만수 감독에게 곧바로 올라갔다. 세든과 같은 왼손 후보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세든이 워낙 잘해서 그런지, 다 성에 차지 않더라”라며 유보하길 반복했다. 결국 미 현지에서 마지막으로 추천된 선수인 울프에 이 감독이 도장을 찍었다.

이제 SK는 나머지 외국인 한 자리 결정을 놓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후보자들의 영상이 이 감독에게 모조리 올라가고 있다. 이 감독도 이를 검토하느라 비디오 앞에서 눈을 뗄 틈이 없다. 이 감독은 “구단에서 보내주는 비디오를 너무 많이 봐서 눈이 아플 정도다”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본 선수들의 기량은 괜찮은 편이다. 스카우트 팀에 참 고맙다”라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SK는 지난 11월 15일 박철영 코치와 송태일 매니저가 도미니카로 출국해 한 달 가까이 외국인 야수를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스카우트 팀의 판단은 물론 에이전트들의 추천까지 받아 폭넓은 리스트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MLB) 윈터미팅이 끝난 이후 계약을 하지 못한 선수까지 리스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현재 4명 정도로 압축했다. 이 안에서 결정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투수 쪽은 주위에 의견을 많이 묻는 편인 이 감독이다. 하지만 야수는 다르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 출신인 이 감독은 스스로 나서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하나하나 세밀하게 뜯어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포지션은 일단 중·장거리 타자가 될 전망이다. 이 감독은 “내야수도 좋은 선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단 중·장거리 타자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라고 했다. SK는 MLB 경력이 있고 과거 성적보다는 최근 성적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야수의 경우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는 사실상 잡기가 어렵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정근우의 이탈로 내야가 급한 SK지만 현실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에 이 감독도 다른 포지션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비디오와 씨름하고 있는 이 감독은 “지금 눈이 아픈 것보다는 내년에 눈이 아프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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