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제대로 마음먹고 쉬어본 적이 없다. 지난 2010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옴므파탈 역할로 안방극장에 혜성처럼 떨어졌던 주원이다. '강동원 닮은 꼴'이라는 애칭이 데뷔 초반, 이름 알리기엔 더 없이 좋은 타이틀이었지만 '주원은 주원인데 주원을 주원이라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가끔은 서운하기도 했다고.
그리고 3년, 한 달을 두 달같이 쓰며 바쁘게 살았다. 이젠 '강동원 닮은 꼴' 꼬리표도 떨어졌다. 주원은 주원일 뿐. '굿 닥터'의 주원, '각시탈'의 주원, '7급 공무원'의 주원일 뿐이다.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을 거머쥐고 이젠 생애 첫 주연 영화 '캐치 미'(감독 이현종) 개봉까지 앞뒀으니 이쯤이면 부러울 것 없는 초고속 성장이다.
'캐치 미' 홍보와 함께 뮤지컬 '고스트' 공연으로 역시나 눈코 뜰 새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 목 컨디션 관리를 위해 하루에 10잔이라도 마실 만큼 좋아하던 커피까지 끊고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주원과의 솔직 담백한 일문일답.
영화로는 첫 주연작이다. 주연과 조연, 어떤 차이가 있던가
"일단 주연은 분량이 엄청난 거 같다. 특히나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 장르는 그 분량이 무척 큰 것 같다. 솔직히 예전엔 로코를 좀 겁내하는 게 있었다. 이걸 내가 해도 되나. 그런 생각도 상당히 컸다.
드라마 '각시탈'을 하면서 타이틀롤로서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고 곧장 '7급 공무원'을 했는데 로코가 너무나 재밌는 거다. 그전까진 크게 흥미가 없었는데.."
로코가 특별히 재밌던 이유는?
"다른 연기를 할 때는 뭐랄까. 배역이 90%, 실제의 주원이 10%쯤 되는 상태였던 거 같다. 근데 로코는 실제 내가 50%, 배역이 50%. 자연스럽게 섞이는 느낌이다. 아, 이런 면이 재밌구나, 자유롭게, 조금은 멋대로 해보는 재미를 느끼는 찰나에 '캐치 미' 대본을 받았다. '7급 공무원'하면서 로코 재미를 알게 돼 '캐치 미'를 택한 이유도 있다."
현실의 연애라는 게 팍팍하니까 로코가 재밌는 거 아닐까
"음.. 하하. 난 영화 속 호태 역할처럼 첫사랑을 위해서 그렇게까지는 못할 거 같다. 순정파이고 싶지만 실제론 그러기 힘든 것이 현실이니까. 모두가 뜨겁게 사랑하고 싶지만 현실이 그러기 힘드니까 대리만족하는 것도 같다. 멜로 작품을 볼 때도 대리만족하고.."
어느 인터뷰에서 첫사랑과 아직까지 쿨하게 연락하고 지낸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쿨하진 않은데 그게 싫었다. '우리 헤어져. 너 평생 안 볼거야!'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서로 좋아하던 사인데 갑자기 적이 되는 게 싫었다. 그렇지만 또 연락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다. (첫사랑 상대와) 예고 다닐 때 동창이니까.. 우리 학교 시스템이 3년 내내 같은 반이고 그래서 졸업 후에도 동창들을 통해 서로의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점도 있다. 절대 내가 쿨하기 때문은 아닌 거 같다."

최근엔 방송에서 치마 안 입고 배가 나온 통통하고 개념 있는 여자가 이상형이라고도 했다
"치마를 입으면 불편하지 않나. 하하. 배 나온 건 살이 좀 겹칠 줄 아는 배? 워낙 어릴 때부터 엄마 배를 자꾸 만져서 그런지.. 하하. 지금도 집에 가면 엄마 배부터 잡는데. 배가 있는 게 좋다.
음 또 개념 있는 여자란 어른들한테 예의 바른 부분을 말한다. 저도 부모님과 다니다보면 남자든 여자든 어른들한테 함부로 하는 사람들 보면 분노 게이지가 치솟더라. 젊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줄곧 연상녀들과 연기 호흡을 하고 있다. 김아중은 어떤 배우였나
"'참 잘한다'고 느꼈다. 로코를 많이 해봐서인지 특히 잘 알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여자의 섬세함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낀 것 같다. 남자가 아무리 섬세해도 여자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갈 수는 없는 것 같더라.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누나는 자꾸 다시 촬영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모니터를 보면 누나가 왜 다시 하겠다고 했는지 알게 됐다. 한 장면을 갖고도 이렇게 저렇게 많이 찍었는데.. 누나는 왜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 눈엔 잘 안 보이는데 누나 눈에는 보이나봐. 하하."
드라마, 영화를 오가고 있고 오랜만에 뮤지컬도 한다. 무엇이 가장 매력 있나
"정말 잘 모르겠다. 지금은 공연이 힘이 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영화가 좋은지 드라마가 좋은지도 정하기 힘들다. 누군가는 드라마 촬영이 정신없어 힘들다는데 나는 그게 재밌다. 물론 잠 잘 시간은 없지만 대본이 그때그때 나오고 촬영하고 또 대본 나오고.. 순발력 있게 해야 되는 게 너무 좋다. 또 영화는 촬영 자체도 재밌는데 아무래도 비교적 여유가 있으니까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재밌다. 음.. 무대란 공간은 두시간반동안 주변신경 안 쓰고 그 안에 확 집중을 해서 다 쏟아내는 기분.. 그게 좋은 거고."
스케줄이 살인적이지 않나
"바쁘긴 했지만 정신력도 되고 체력도 됐던 거 같다. 사실 내 욕심에 막 질러놓기도 했다. '굿 닥터' 끝난 다음 날 뮤지컬 연습에 들어가니까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컸는데 첫날 가자마자 너무 재미있는 거다. 재미가 없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테지만, 지금 공연하면서도 너무 신이 나고 기대가 되고 지칠 줄을 모르겠다."
바쁘게 꾸준히 달리다보면 분명 스트레스도 받을 텐데..
"성격상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것 같다. 아니, 받기야 받겠지. 그런데 개인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다', '이왕이면 웃으면서 하면 좋지'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각시탈' 때는 살짝 탈모도 오긴 하더라. 그때 처음 느꼈다. '아.. 나도 스트레스를 받긴 받는 모양이네'. 하하하.
딱히 스트레스 해소법은 없는 것 같다. 술을 잘 못하니 술 마시면서 풀거나 그러지도 못해서 커피에 심취한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커피도 끊었다. 공연 때문에. 휴..하하."
이제 대세란 수식어가 붙는다. 스스로 '대세'란 평가에 대해 공감할까
"사실 이번에 뮤지컬 하면서 특히 걱정이 됐다. 뮤지컬 제작사 입장에서도 전문 배우 아닌 연예인을 캐스팅할 때는 티켓 파워에 대한 기대가 많을 텐데 제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청 났다. 나는 아이돌 가수도 아니고.. 그래도 초반부터 매진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인지도가 좀 생겼구나 하는 정도다. 특히 교복 입은 팬분들이 많아져서. 무대에서는 아이돌이 된 느낌도 살짝? 하하."

아, 이젠 학생팬들이 더 늘어났나?
"'굿 닥터' 기점으로 늘어난 거 같다. 이전엔 연세 있으신 분들이 많았는데. 교복 입은 친구들이 나를 보고 '대박 대박 대박사건!'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그 외로는 인기를 느낄 겨를이 없다. 밖에 돌아다니거나 그런 스타일도 아니어서."
해외 나가도 공항부터 팬들이 북새통을 이루던데..
"아. 해외 나가면 신기하다. 이번에 '고스트' 공연장에도 각국에서 팬분들이 보러 오셨더라. 인도네시아나 튀니지에서도 많이 오시고. 일본 갔을 때도 예전엔 그냥 공항을 편안히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바리케이드 쭉 쳐있고 나가기가 힘들다. 태국에도 갔는데 공항에서부터 택시 타고 호텔까지 따라오는 팬들이 많았다. 얼떨떨하다. 하하."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변주해온 것 같다. 로코 주연까지 했는데 차기작 계획은?
"개인적으로는 멜로 연기를 하고 싶다. 액션 영화를 봐도, 예를 들면 '매트릭스'에서도 멜로 부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예전엔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던 부분인데. 좋은 멜로 작품에서 연기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주원은 2013년을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깡과 여유가 생긴 해라고 정리했다. 여느 때와 같이 바빴고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의 즐거움이 자신을 버티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를 바삐 오간 과정을 지나 오랜만에 선 무대에서 스스로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다고.
이렇게 한 작품 한 작품 하다보면 훌륭한 연기자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는 주원. 점점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지고 그 꿈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한편 '캐치 미'는 완벽한 프로파일러 이호태(주원 분)가 대도가 되어 나타난 10년 전 첫사랑 윤진숙(김아중 분)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린다.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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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