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전도연, 여배우에서 '옆집 아줌마'가 되다[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12.15 11: 10

배우 전도연이 ‘옆집 아줌마’가 돼 돌아왔다. 매일 아침 딸의 머리를 양 갈래로 예쁘게 묶어주고 남편을 위한 아침 밥상을 차리고 가끔은 남편과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하는, 고개만 돌리면 흔히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옆집 아줌마다.
거기서부터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시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의 스토리에 쉽게 수긍하지만, 그 실화를 모르는 이가 보더라도 전도연의 ‘옆집 아줌마’ 모습은 영화의 설득력을 더한다. 평범했던 주부가 마약 운반책으로 오인, 낯선 땅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영화의 이야기는 전도연의 현실감 있는 연기와 더해져 ‘진짜 저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극 중 마약 운반책이라는 누명을 쓰고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되는 송정연 역을 연기한 전도연 본인 역시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드라마틱한 이야기 탓에 본인의 모습은 최대한 현실감 있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건 다큐멘터리로 이미 노출이 됐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봤기 때문에 영화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진짜 옆집 아줌마 같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현실적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야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았어요. 영화 속 이야기가 드라마틱하잖아요. 인물도 드라마틱하면 안될 것 같았거든요. ‘집으로 가는 길’은 정연 때문에 속상하고 화가 나고 답답하고 보시는 관객 분들이 감정을 같이 해주지 않으면, 마음이 따라가지지 않으면 안될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현실감 있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노력했죠.”
 
전도연의 현실감 있는 연기는 외모적인 부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극 중 정연이 2년이라는 긴 세월을 교도소와 보호관찰소에서 보내는 동안, 그를 연기한 전도연 역시 얼굴은 점점 초췌해져 갔고 몸은 점점 말라갔다. 스크린에 자신의 얼굴이 예쁘게 나오지 않길 바라는 여배우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전도연은 외모적인 것에 대한 신경을 그리 많이 쓰지는 않는 편이라고 밝혔다.
“저는 외모적인 것에 대한 불만은 없어요. 내 모습이 이렇게 나와야 되고 저렇게 나와야 된다는 생각은 다행히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웃음).”
연기가 현실적인 만큼 영화 촬영도 매우 현실적(?)으로 진행됐다. 극 중 정연이 교도소에 갇혀 생활하는 장면들을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한 것. 그리고 그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영화의 엑스트라로 출연시키는 용감한 촬영을 감행했다. 전도연은 처음엔 무서웠다고. 하지만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그들을 보며 점차 편안해질 수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처음엔 무서웠어요. 실제 교도소이기도 하고 수감자들 대부분이 살인이나 마약범이라고 하더라고요. 들어가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들을 엄청 많이 들었어요. 그것들을 듣다 보니까 혼자 다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웃음). 통제 규제 속에 모두가 숙연하게 그곳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까 실상 그렇진 않았어요. 그분들이 훨씬 더 협조적이더라고요. 그들도 갇혀 있는 상황에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게 흥미롭고 즐거운 거에요. 지나치게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저희가 말릴 정도로(웃음). 그래서 편하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극 중 정연이 교도소에 갇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마약 운반. 실제로 정연의 가방에서 마약이 발견되면서 운반책으로 오인, 교도소에 갇히게 되는 것. 아무리 정연이 몰랐다 해도 마약을 운반한 것은 사실인 가운데 ‘집으로 가는 길’이 때문에 범죄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주연배우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전도연은 ‘집으로 가는 길’을 피해자와 가해자를 따지는 영화가 아닌,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이 작품을 시작했을 땐 사건이 흥미로워서였어요. 사건에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찍으면서, 그리고 다 찍고 나서 생각한 건 우리 영화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여자와 그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하는 남자, 또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극 중 정연은 마약인 줄 모르고 했지만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말해요. 모든 것이 거세된 상황에서 한국에 가서 벌을 받게 해달라고 애원하죠. 범죄를 미화하거나 부인하기보단 인정하는데 소통하는 곳에 가길 원했던 것 같아요. 우리 영화는 잘못을 꼬집는 영화가 아니라는 거죠. 그런 영화일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를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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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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