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퇴장감이었지만 심판들은 눈 뜬 장님이었다.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에서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애런 헤인즈의 돌출행동이 나왔다. 사건은 2쿼터 중반에 일어났다. SK가 속공을 하는 상황에서 공격에 참가하던 헤인즈는 공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김민구에게 다가가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쳤다. 명치를 얻어맞은 김민구는 코트에 드러누워 한 동안 고통을 호소했다. 호흡곤란을 일으켰던 김민구는 결국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런데 최한철, 윤호영, 이상준 3명의 심판 중 해당 장면을 제대로 보고 판정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득점 장면이 나오는 골밑에 신경이 집중된 상황에서 코트 중간의 상황을 놓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민구의 부상은 한 눈에 봐도 사태가 심각했다. 중계방송 화면에는 헤인즈가 김민구를 치는 장면이 다각도로 잡혔다. 누가 봐도 고의성을 의심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정확한 판정이 이뤄졌다면 헤인즈는 실격퇴장 되는 파울(Disqualifying foul)을 받아 즉각 퇴장을 당하는 것이 옳았다. KBL규칙 제 89조 시력퇴장 되는 파울 조항에 따르면 ‘선수, 헤드 코치, 어시스턴트 코치 또는 팀 관계자가 범하는 정도에 지나치게(극심하게)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모든 행위는 실격퇴장 되는 파울이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헤인즈는 즉시 퇴장을 당하고 KCC는 공격권과 자유투 2구를 얻었어야 했다. 하지만 헤인즈는 버젓이 끝까지 뛰었다. 다행히 김민구는 3쿼터에 코트로 돌아왔다. 하지만 정상이 아니었다. 흐름이 넘어간 KCC는 무기력하게 66-76으로 졌다.
경기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왜 심판들은 무능력했던 것일까. 더구나 중계화면에 모든 정답이 들어있었는데 말이다. 이는 KBL의 비디오판독 규정에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KBL규정 제 13장 비디오판독 규정을 보면 ‘비디오 판독은 4쿼터 종료 및 매연장전 종료 2분전 동안 심판 3심의 협의 후에도 명확하게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 주심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다’고 되어있다. 또 개인파울여부는 비디오 판독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심판들은 2쿼터 중반에 벌어진 파울장면에 대해 판독할 수 없었던 것.
심판이 해당 장면을 확인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다면 보다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있었다. KCC는 이번 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 사건이 재정위원회에 회부될 경우 헤인즈는 벌금과 출전정지 등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편 하필 이날 주심을 맡은 최한철 심판은 지난 11월 20일 SK 대 오리온스전에서 치명적 오심 두 개를 보지 못하고 추일승 감독을 퇴장시킨 바 있다. 당시 오심여파로 최 심판은 2주 간의 출전금지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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