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콘의 예능 성장기가 눈부시다. 화면을 꽉 채우는 큰 얼굴과 덩치만큼이나 그 존재감과 영향력이 거대한 모습이다. 꾸준한 예능 도전이 모여 결국 '1박2일'의 주인공 데프콘을 만들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충남 서산 1탄은 데프콘의 통통 튀는 예능감은 물론 희생까지 각오하는 남다른 열정이 돋보인 회였다. 시즌3가 전파를 타기 시작한지 3주째, 겨우 세 번의 방송만으로도 데프콘의 무한대 잠재력과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평이다.
이날 데프콘의 행보 중 단연 압권이었던 것은 면도식이었다. 차태현 정준영과 함께 팀을 이룬 데프콘은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확보하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도중 애초 이동수단이었던 소형 트럭을 버리고 고급 SUV를 얻기 위해서는 이발소에서 면도나 이발을 해야 했다. 차태현과 정준영이 작품 활동과 새 앨범 등의 사유로 이발과 면도를 꺼리는 가운데 데프콘은 힙합 가수로서 자존심이라 여겨온 콧수염과 턱수염을 모조리 면도하는 살신성인을 보여줬다. 20년 간 유지해온 수염들을 갑작스럽게 밀어버린 그는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위해 희생을 감행하면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 것.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오프닝에서는 첫 방송을 지켜본 아버지가 전해온 소감을 에피소드로 전하면서 시청자들의 배꼽을 빼놓았다. 데프콘은 "아버지가 전화가 오셔서 '멀리서 보거나 안경을 안 쓰고 보면 네가 강호동처럼 보이는 것 같더라. 강호동인 척 해라'고 하시더라"고 전하며 시즌1의 맏형 강호동의 존재감을 향한 의지도 불태웠다.
이밖에도 데프콘은 두 번의 여행을 통해 순간순간 기대이상의 재치와 처세술을 발휘하며 누구보다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보는 멤버들과 편안하게 어울렸고 금세 형님 아우하며 능청을 떨거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몸개그도 연발하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중이다.
그간 MBC '무한도전'과 '나혼자 산다' 등을 통해 꾸준히 쌓은 예능 경험이 '1박2일'에 와서 드디어 만개하는 모습이다. 특히 '무한도전'의 경우 고정 멤버들의 존재감이 워낙 막강한 상태에서 종종 땜빵 게스트식으로 출연했던 만큼 조연에 가까웠던 게 사실. 그러나 '1박2일'에 와서는 6명의 멤버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며 단숨에 주연으로 급성장했다.
데프콘이 예능의 정글에서 조연에서 주연으로 부상하는 그 과정을 만나는 건 '1박2일'을 관전하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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