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성 없는 전개로 막장 오명에 시달리며 고난의 시간을 견딘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 드디어 폭풍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호박(이태란 분)의 현실성 있는 행동이 그려지며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그간 남편 세달(오만석 분)의 외도와 시모 살라(이보희 분)의 구박에 친엄마 앙금(김해숙 분)의 편애까지 참고 견디며 동네북처럼 당하고만 살던 호박은 이제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가족의 현실을 직면하며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돈 많은 여자인 미란(김윤경 분)이 좋다고 집을 나간 세달에게 도시락까지 싸다 바치며 시청자의 분통을 터트리게 하고, 자작 납치극이라는 황당한 설정으로 시청자의 두 눈을 의심케 했던 호박이었지만, 이날 보여줬던 호박의 울분은 이러한 에피소드 사이의 뻥뻥 뚫린 빈 구멍을 모두 메웠다.

호박은 이혼을 요구하는 세달이 미란에게 갔다가도 혹시라도 다시 돌아올까봐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키고, 15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 마련한 작은 아파트에 무단으로 들어와 눌러앉은 시모와 시누이까지 챙기며 가슴앓이 했지만, 납치극 당시 세달이 "이 여자와 나는 아무 상관 없다"라고 말했던 것에 눈을 떴다. 호박은 세달의 마음을 알아보려 했던 납치극에서 세달과 인연이 정말 끝났다고 판단, 더는 세달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곁에서 붙어있던 살라와 영달을 내치며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호박의 눈물은 그가 얼마나 세달을 진심으로 사랑했는지, 또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통을 감내했는지 알게 하며 감동을 전했다. 호박이 본인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을 위해 했던 노력은 막무가내 살라의 입도 단번에 막아버리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호박이 홀로서기로 해피엔딩을 맞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아 불안감을 남긴다. 시청자를 울린 호박의 울분에도 살라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돈 많은 여자가 살살 꼬시는데 한 번 실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억울하다"고 말하며 반성은 커녕, 호박의 친정에 가서 난동을 부린 것. 또한 세달이 팬티 한 장만 입고 미란에게 쫓겨난 이후 개과천선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어, 호박이 이들을 다시 품게될 것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간만에 시청자와 함께 호흡한 '왕가네 식구들'이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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