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사랑해서’, 막장극의 시대에 감동을 말하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2.16 07: 03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요즘, 흔히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이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를 통해 그려졌다. 남편의 외도 스캔들에 상처를 입은 딸뻘 여자에게 비슷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위로를 주는 중년 여성의 모습은 너무 ‘착해서’ 낯설고 새로웠다. 
15일 오후 8시 45분 방송된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극본 최현경 연출 김남원 애쉬번) 23회에서는 아버지 정현수(박근형 분)의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홍순애(차화연 분)의 모습에 날을 세우는 정유진(유호정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홍순애는 호감을 갖고 있는 정현수(박근형 분)의 부탁으로 그의 딸 정유진(유호정 분)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정유진은 착실했던 의사 남편 강성훈(김승수 분)의 스캔들에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 때문에 그는 아버지의 집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홍순애를 보며 "아줌마 뭐냐. 뭔데 남의 집에서 얼쩡거리느냐"며 길길이 날뛰었다.

정유진이 아버지와 관계가 있는 여자에게 예민한 것은 당연했다. 과거 아버지 정현수는 한 차례 외도를 했었고, 그 결과물로 혼외 자식인 아들 정재민(이상엽 분)을 데려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줬었기 때문. 그로 인해 정유진은 어머니가 세상을 먼저 떠난 지 수해가 지난 지금도 아버지의 재혼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었다.
홍순애는 정신을 잃고 분노를 표출하는 정유진에게 “도우미로 왔다”며 "일단 먹으라"고 정성껏 차린 식사를 내밀었다. 그는 밥을 먹지 않으려는 정유진에게 "남편이 딴 여자랑 스캔들이 났는데 그렇게 넋 놓고 있느냐"고 말을 꺼냈다. 이어 주제 넘는다는 정유진의 반응에 "나도 여자라 기가 막히고 분해서 그런다. 내 딸이었으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다.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싸워라. 세상 끝난 사람처럼 이러고 있느냐"라고 달랬다.
이에 정유진은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며 다시 한 번 핀잔을 줬다. 정유진의 말에 홍순애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는 "나도 남편이 바람 펴서 이혼한 여자다"라며 "임신만 안 했어도 그 여자 머리채를 잡고 패대기를 쳤을 텐데, 남편한테서 떠나가라고 하려고 했는데 배가 남산이더라. 속아줄 수 있을 때가 행복한 거다"라고 말했다.
또 "이혼이 간단한 건 줄 아느냐.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 지금까지는 남편이 벌어준 돈으로 살림만 했다던데 나도 남편만 믿고 대책 없이 살다가 뒤통수 맞았다. 이혼하려면 힘내서 챙겨야 한다"며 정유진의 기운을 북돋웠다. 이후 정유진은 홍순애가 먹으라는 대로 미역국 한 숟가락을 떠먹었고, 엄마의 것과 같은 맛에 "엄마"라고 자신의 어머니를 애달프게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우는 정유진을 바라보며 홍순애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따님의 어리광을 못 봐서 얼마나 가슴 아프시겠느냐. 울어라. 그동안 애썼다. 아버지 대신해 동생들 챙기느라 수고했다"며 따뜻하게 안아주며 그를 위로했다. 
홍순애의 말 속에는 맏딸로 동생들과 똑같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오랜 시간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해 오며 마음 고생을 했던 정유진을 깊이 이해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 뭉클함을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그리 친밀하지 않은 정유진을 마치 딸을 대하듯 대하며 자신의 어려운 이야기까지 꺼내 보인 홍순애의 모습은 성숙미가 돋보였다.
막장 드라마가 그리는 중년 여성들은 대부분 못된 시어머니거나 힘없고 잔소리만 늘어놓는 아줌마들이다. 이 아줌마(?)들은 대다수 주인공을 직·간접적으로 괴롭히고 이용하며 곤경에 빠뜨린다. KBS 2TV '왕가네 식구들'의 엄마 이앙금(김해숙 분) 캐릭터나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의 세 시누이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사랑해서 남주나'가 그리는 중년 여성 홍순애는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며 남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위로를 그려내는 '사랑해서 남주나'의 캐릭터들과 이야기가 사람들의 더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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