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을 위해 최고의 잔칫상이 돼야 할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재가 한가득 뿌려졌다. 잔치를 망친 장본인은 다름 아닌 KBL 자신이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16일 오후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SK와 KCC전에서 김민구(22, KCC)를 고의적으로 밀쳐 부상을 입힌 애런 헤인즈(32, SK)의 비신사적행위에 대한 징계수위를 심의했다. 장장 2시간 넘도록 이어진 회의결과 헤인즈에게 ‘2경기 출전금지와 500만 원의 벌금’이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KBL은 “역대 사례와 비교했을 때 중징계”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헤인즈는 18일 KGC전과 25일 삼성전을 결장한 뒤 28일 오리온스전부터 출장이 가능하다. 물론 자체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SK가 더 엄중한 징계를 내릴 경우 헤인즈의 복귀는 미뤄질 수 있다. KBL에 따르면 징계경기는 정규리그 경기만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오는 2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프로농구 올스타전에 헤인즈가 올스타로 선발됐다는 점이다. 헤인즈는 팬투표로 진행된 베스트5 선발에서 총 2만 8484표를 얻어 매직팀 주전으로 뽑혔다. 6시즌 연속 한국에서 뛰고 있는 헤인즈도 주전선발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사건을 일으키기 전 그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였다.
그런데 올스타 최종명단이 발표됐던 지난 10일은 헤인즈가 김민구와 충돌하기 4일 전이었다. 사건발생 후 헤인즈에 대한 민심은 180도 변했다. 16일 헤인즈가 직접 김민구에게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 극단적으로 그의 ‘영구제명’을 원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징계발표 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투표에 따르면 ‘터무니없는 솜징계다.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89.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징계수위가 적절했다’는 팬은 4.07%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가 낮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 5.74%과 합쳐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이 투표가 모든 팬들의 의견을 정확히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6000여 명에 가까운 팬들이 참여해 낸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팬들은 올스타전에서 헤인즈를 ‘불청객’으로 여기고 있다. 일부 팬들은 “올스타전 관람거부 운동을 하자”, “헤인즈가 올스타전에 참여한다면 강하게 항의할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또 “헤인즈 대신 아깝게 떨어진 리카르도 포웰을 뽑자”는 의견도 있다.
올스타전은 전적으로 팬들을 위한 축제인 만큼 KBL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자칫 헤인즈가 출전할 경우 올스타전에서 여러 가지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규정상 징계기간 중인 헤인즈의 올스타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KBL과 SK구단은 헤인즈의 올스타전 출전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는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 터지면서 인기가 바닥을 쳤다. 하지만 올 시즌 아시아선수권 동메달과 김종규, 김민구 등 대형신인등장의 호재로 인기가 소폭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헤인즈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프로농구 인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L이 스스로 잔칫상을 엎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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