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수준의 징계다 VS 솜방망이 처벌이다.’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KBL과 팬들의 온도차가 너무나도 뚜렷하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16일 오후 논현동 KBL센터에서 재정위원회(이하 재정위)를 열었다. 재정위는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SK 대 KCC전에서 김민구(22, KCC)를 고의적으로 밀쳐 부상을 입힌 애런 헤인즈(32, SK)의 비신사적행위에 대한 징계수위를 심의했다.

장장 3시간 가까운 회의결과 헤인즈에게 ‘2경기 출전금지와 500만 원의 벌금’이라는 징계가 내려졌다. 아울러 해당경기를 맡았던 최한철 주심에게 견책, 이상준 2부심에게 1주일 배정정지가 부과됐다.
발표당시 KBL은 헤인즈 징계에 대해 “역대최고수준”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과거사례와 비교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2008-2009시즌 전자랜드 소속의 김성철은 LG의 기승호의 얼굴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이에 김성철은 2경기 출전정지를 당하고, 300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 2002-2003시즌 SK 빅스 최명도가 오리온스 김승현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 3경기 출전정지를 당하고, 500만원의 제재금을 낸바 있다.

KBL 상벌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난폭행위와 위협행위에 대한 징계 기준은 1게임 이상 출전금지와 제재금 50만 원에서 300만 원’이다. KBL이 헤인즈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문제는 애초에 상벌규정 자체가 너무 가벼웠다는데 있다. 300만 원은 연봉 3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에게는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KBL이 많게는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는 점을 감안했을 때 2경기 출전금지는 일주일 정도 쉬는 격이다. 선수들이 경각심을 갖기는 어려운 징계수위다.
2경기 출전금지는 최고 ‘영구제명’까지 주장했던 일부 팬들의 요구와는 온도차가 너무나도 컸다. 헤인즈의 징계가 발표된 뒤 KBL 공식사이트 게시판에는 몇 시간 만에 약 26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대부분 헤인즈의 징계수위가 턱없이 낮다는 성토였다.

징계발표 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투표에 따르면 ‘터무니없는 솜징계다.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89.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징계수위가 적절했다’는 팬은 4.07%에 불과하다. ‘처벌 수위가 낮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 5.74%과 합쳐도 10%가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이 투표가 모든 팬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대변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6000여 명의 팬들이 참여해 낸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헤인즈 사건 발생 후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헤인즈의 퇴출을 원한다’는 두 개의 청원이 올라왔다. 물론 모든 팬들이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까지 여기에 서명한 팬들이 578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팬들이 여기는 심각성의 수준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번 징계를 최종 재가한 의사결정권자는 한선교 KBL 총재였다. 한 총재는 취임당시 농구팬들과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당시 한 총재는 팬들의 요구를 수락해 이면계약사건으로 한 때 야인으로 전락했던 김승현(35, 삼성)의 복귀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랬던 한 총재가 이번에 팬들의 거센 비난여론을 수용했다면 과연 헤인즈의 징계를 2경기 출전금지에 그치도록 허락했을까. KBL과 팬들의 소통부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jasonseo34@osen.co.kr
KBL 공식사이트 자유게시판 & 네이버 설문조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