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기황후’ 지창욱, 방해꾼인데 이리 사랑스러울 수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2.17 08: 12

드라마 ‘기황후’ 속 지창욱은 주진모와 하지원의 사랑을 방해하는 밉상 캐릭터다. 여기에 고려를 핍박하는 원나라 황제이니 국민적인 감정도 좋지 않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창욱이 ‘기황후’를 통해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어딘지 허술하지만 사랑을 갈구하는 강아지 마냥 귀여운 매력을 뽐내는 지창욱이 안방극장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지창욱은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지만,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의 막강한 권력에 휘둘려 언제나 자리가 위태로운 타환을 연기하며 모성애를 한껏 자극하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타환은 기승냥(하지원 분)과 고려 왕 왕유(주진모 분)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 승냥을 짝사랑하는 타환의 가슴앓이는 애처로우면서도 웃음이 터지게 한다. 워낙 아이 같이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데다가 연애를 글로 배운 듯한 서툰 모습은 분명히 밉상 캐릭터인데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사랑스럽게 표현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15회는 지창욱의 깨물어주고 싶은 매력이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이날 타환은 승냥이 달콤한 유혹을 하는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상상하거나, 자신이 만취한 후 승냥에게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고 민망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원나라 황제지만 승냥 앞에서는 언제나 작아지는 타환의 귀여운 모습은 안방극장의 광대를 한껏 올라가게 했다.
“왕유는 뒷짐만 지고 있어도 멋있는데 난 왜 이러지”라고 자책을 하거나, 글도 못 읽는 까막눈인데 승냥에게 들은 시를 읊다가 그마저도 기억이 안나 당황하는 모습은 귀여운 허당에 가까우며 타환의 매력을 높였다. 타환이라는 인물은 진중한 사극에서 자칫 잘못 하면 혼자 붕붕 뜰 수 있는 코믹적인 요소가 강하다. 때문에 다소 우스꽝스럽더라도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현명한 줄 타기가 필요한 캐릭터.
지창욱은 풍부한 표정 연기와 웃길 때는 웃기고 진중하게 돌변할 때는 돌변하며 타환이 가진 이중성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승냥에 대한 사랑과 왕유에 대한 질투를 오가며 아이 같은 순수한 매력을 보였다가 바로 원나라 황제로서 위엄을 갖추는 것. 무조건 응원할 수 없는 선과 악의 중간 지점에 있는 타환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을 높이는 데는 지창욱의 역할이 크다.
지창욱은 이 드라마에서 타나실리 역의 백진희와 함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은 ‘기황후’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주요 이유가 되고 있다. 2010년 방영된 KBS 1TV ‘웃어라 동해야’의 성공을 이끌며 본명보다는 ‘동해’라는 인물로 안방극장에 각인이 돼 있던 지창욱의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 성공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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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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