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기황후’ 백진희, 귀여운 악역을 이 정도로 잘할 줄이야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2.17 08: 53

배우 백진희가 드라마 ‘기황후’에서 악역인 타나실리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대표적으로 선한 인상의 이 여배우가 독하고 대차며 안하무인인 타나실리라니. 제 아무리 대중의 호감을 사는 배우라고 해도 쉽사리 연결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 드라마는 이름만 나열해도 숨이 막히는 연기파 배우들이 즐비하지 않았나. 이 같은 악조건 속에 백진희가 사고를 쳤다.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는 고려 여인으로서 원나라 황후가 된 기승냥(하지원 분)의 사랑과 권력 쟁탈기를 그린다.
백진희가 연기하는 타나실리는 승냥이 황후가 되는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되고 끝까지 대척점에 서는 막강한 라이벌. 아버지이자 대승상인 연철(전국환 분)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등에 업고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도 날선 대립을 할 수 있는 악역 중에 악역이다.

백진희가 전작인 MBC 주말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서 순하디 순한 인물을 연기했기에 타나실리를 맡았다고 했을 때 기대가 적었던 것도 사실. 제작발표회에서 악역 연기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이 나올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허나 백진희는 이 같은 우려의 시선을 오롯이 연기력으로 한방에 날려버렸다. 첫 등장부터 독기 가득한 타나실리로 옷을 완벽히 갈아입고 종횡무진 중이다.
타나실리는 서슬 퍼런 인물이긴 해도 사랑을 갈구하는 귀여운 여인이기도 하다. 타환에 대한 사랑을 품었다가 외면 받은 후 이제는 고려에서 타환에 의해 폐위된 왕유(주진모 분)에게 연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15회는 왕유의 거문고 타는 솜씨에 홀딱 반한 타나실리가 왕유가 있는 곳이라면 한걸음에 달려가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아직까지 왕유에 대한 애정을 겉으로는 못 드러내는 황후의 신분이지만, 왕유를 생각하며 화장을 고치는 타나실리의 천상 여자의 면모는 사랑스럽기 그지 없다.
백진희가 연기하는 타나실리는 사랑에 빠졌을 때는 애처롭고 귀엽다. 하지만 타환에게 대립각을 세우고 권력을 향한 암투를 벌일 때는 살벌하다. 이 드라마는 매회 이 같은 이중적인 매력을 오고가는 백진희를 보는 맛이 쏠쏠한 것.
착한 역할만 할 것 같은 선한 얼굴은 악역을 만나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배가 되는 이유가 되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험한 말을 쏟아내는 모습은 안정된 발성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대 여배우의 기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남자 배우에 비해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적은 가운데 백진희의 재발견은 방송가와 안방극장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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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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