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또 이렇게 끝까지 멋있나. 사랑하고 싶게.’
배우 김우빈이 SBS 수목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자들’을 통해 내재돼 있던 매력을 브라운관에 흩뿌렸다. 로코물의 영광이 남자주인공에 집중됐던 선례에서 벗어나 그에 못지 않은 뜨거운 인기를 손에 넣었다. ‘뭘 또 이렇게~’ 같은 영도 말투는 금세 유행어가 됐고, 주인공 이민호-박신혜의 러브라인과 더불어 김우빈의 외로운 짝사랑은 스토리의 한 축을 차지하기까지 했다.
“짝사랑은 상대적인 깊이의 차이지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경험이 있잖아요. 영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저도 학창시절에 학원 선생님을 좋아했던 경험이 있거든요.(웃음) 그런 거 때문에 못된 영도지만 보시는 분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학생들이 응원 많이 해주더라고요. 주변에서 응원해주시니까 힘 얻어서 촬영할 수 있었죠.”

김우빈은 김은숙 작가와 벌써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이종현의 친구로 살짝 출연했던 그는 ‘상속자들’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풍기며 주연급으로 급속 성장했다. 이는 김은숙 작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 김우빈은 김은숙 작가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작가님이 영도를 멋지게 써주셨어요.(웃음) ‘신사의 품격’ 때 즐겁게 촬영한 기억이 있거든요. 그때는 분량도 적었고 해서 나중에 성장해서 작가님 하고 다시 한 번 작업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어요. 그런데 다음 작품에 저를 불러주신 거예요. 나라는 사람을 믿어준 것에 대해 실망감 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회사에 차기작은 끝나고 나서 보겠다고 말해놓기까지 했죠. 마지막까지 작품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로요.”
김우빈은 스스로를 ‘상속자들’의 최대 수혜자라고 꼽았다. 드라마 촬영은 모두 끝났지만 드라마의 영향으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 ‘친구2’가 크랭크업한 후 1주일 만에 ‘상속자들’ 촬영에 착수하느라 미뤄뒀던 CF, 화보 촬영 등을 소화하고 있다. 동시에 밀려드는 영화, 드라마 중 차기작 선정에 고심하고 있다.
“조금 천천히 다져서 내공을 쌓고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잘하는 애라고 보여드리고 싶었는데⋯.생각했던 것보다 그 시기가 빨리 찾아온 것 같아요. 응원해주시고 사랑 주셔서 감사한데, 한편으로는 실망감을 안겨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부담이 돼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우빈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빼놓지 않는 두 가지 작업이 있다. 극중 배역의 일대기 쓰기, 100문 100답 하기다. 김우빈은 이를 통해 캐릭터에 녹아 드는 시간을 갖는다.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머리로 이해한 후, 디테일한 설정을 부여해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는 식이다. 영도도 마찬가지로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얼졌다.
“영도는 주인공이 아니고 ‘서브’하는 역할이었거든요. 극에 악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조금만 덜하면 느낌이 안 살고 캐릭터도 안 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더 악랄하게 보이려고 고민했죠. 개인적으로는 준영이(조윤우 분)한테 미안해요. 너무 못되게 했거든요.(웃음)”

김우빈은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했다. 당시에는 연기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모델로 활동하다 모델학과 교수가 되는 게 목표였던 그는 모델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을 때도 혼자 연기 수업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광고 등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연기가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가열찬 연습에 들어갔다.
“광고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력이 필요하구나 깨달았죠. 그래서 연기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요. 연기 선생님을 보고 반했어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제자들을 생각하는 마음, 그 모든 것들에 반해서 뭔지는 모르겠는데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미친 듯이 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숙제를 더 내달라고 했죠. 그렇게 매일 검사 받고 혼나고가 반복됐어요.(웃음)”
대선배 전도연도 한번 만난 적 없는 후배 김우빈을 칭찬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매우 커졌다. 그는 “너무 위에 계신 분이라 감히 전화를 드리기도 죄송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계 샛별 김우빈의 일상생활은 어떨까. 김우빈은 자신을 “정말 재미없는 애”라고 표현했다.
“그림 그리고 책 보고 그게 다예요. 완전히 자기 만족으로 그림을 그리죠. 취미생활이라 누구한테 보여줄 수준도 안돼요.(웃음) 크레파스, 4B 연필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 물감을 좀 써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크레파스로는 표현이 안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책은 어릴 때 어머니가 그 쪽 계통 일을 해서 억지로 책을 많이 읽히셨거든요. 책도 엄청 많았고요. 그 영향 때문인지 책을 많이 봐요. 침대 옆, 식탁 옆 등 동선마다 책이 놓여있어요. 한 권을 오래 읽는 건 힘들어요. 여러 권 돌아가면서 읽는 편이죠.”

끝으로 김우빈은 최영도라는 캐릭터에 빠져든 청소년을 상대로 한 가지 해명을 했다. 못된 말을 해도 멋있는 영도 때문에 학교 폭력을 미화됐다는 지적에 대한 우려였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공익광고 한 편을 찍었어요. ‘학교 폭력 모른 체 하지 않겠습니다’는 내용이었는데 극중에서 폭력을 행사하니까 마음에 많이 걸리더라고요. 학교폭력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보여드리는 거니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평소에는 불의를 보면 잘 참지 않고 특히 학교폭력은 꼭 지키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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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