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첫 방송 이후 월화드라마 독주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것은 곳곳에 산재된 풍성한 갈등 요소로 인한 골라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황후’는 고려 여인이 원나라 황후가 되는 과정을 그리는 대하 사극. ‘대조영’, ‘자이언트’ 등을 통해 긴 호흡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능숙한 재주를 보인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풍부한 이야기가 밑바탕이 돼 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사랑과 성공 신화를 다루는 기존 사극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고려 여인인 기승냥(하지원 분)이 원나라 공녀로 끌려간 후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고려 폐주 왕유(주진모 분) 사이에서 사랑의 갈등을 벌이는 이야기 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매회 쏟아지고 있다. 50회 중 16회가 방영된 이 드라마는 타환과 왕유의 신뢰와 사랑을 동시에 받는 승냥이 원나라 황궁을 휘어잡는 과정이 그려지기 전에 지금은 왕유가 원나라 권력을 쥐고 있는 연철(전국환 분)을 뒤흔드는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왕유는 고려의 자주권을 회복하려면 연철의 몰락이 필수 조건이라고 여기며, 연철이 타환의 아버지인 전 황제를 독살한 증거인 혈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 혈서의 존재를 알고 타환을 남몰래 지지하는 원나라 장군 백안(김영호 분)과 그의 책사 탈탈(진이한 분)과의 두뇌싸움도 팽팽하게 펼쳐지는 중.
여기에 연철은 황제 타환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타환을 좌절하게 하고 있다. 지략에 능한 승냥이 향후 타환을 도와 연철의 권력을 빼앗게 되는 과정도 펼쳐질 예정. 승냥을 둘러싼 두 남자 왕유와 타환의 각기 다른 이유의 권력 쟁취기는 원나라 황궁 안에서 속속 들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원나라 여성 패권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연철의 딸이자 타환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한 후 질투에 눈이 먼 황후 타나실리(백진희 분)와 타환을 지지하는 황태후(김서형 분)의 기싸움도 볼만하다. 타나실리가 점점 승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진 황태후와 연철의 지략대결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가 누구냐에 따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염병수(정웅인 분)가 매회 일으키는 잡음과 타환의 충성심 강한 내관 골타(조재윤 분), 왕유를 언제나 돕는 주변 인물들의 활약도 맛깔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이처럼 ‘기황후’는 어느 한 이야기에만 치우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로맨스가 입맛에 맞는 시청자들은 승냥을 향한 두 남자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추면 드라마가 재밌다. 첨예한 갈등 요소가 흥미로운 시청자들에게는 이 드라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어디에서 갈등이 발생할지 모르는 지뢰가 깔려 있다.
현재 ‘기황후’는 시청률 20%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동시간대 방송 중인 KBS 2TV ‘총리와 나’, SBS ‘따뜻한 말 한마디’를 가뿐히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이 드라마의 승승장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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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