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안전빵' 보단 모험을..흥행 목마르긴 해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12.18 17: 21

영화 ‘세븐데이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열연을 펼쳤던 배우 박희순이라는 인물 역시 기억할 것이다. 지난 2007년 개봉, 관객들에게 최고의 반전을 선사했던 이 작품에서 박희순은 극 중 주인공 유지연(김윤진 분)을 돕는 형사 김성열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 영화로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을 정도.
하지만 그 이후로 어째 잠잠하다.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자. 박희순은 ‘세븐데이즈’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했다. 영화 ‘10억’은 43만(이하 영진위 기준) 관객을, ‘맨발의 꿈’은 33만 관객을, ‘가비’는 27만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최근작 ‘간기남’이 124만 관객을 동원한 것이 전부.
이러다 작품이 끊길까 두렵다며 농담반 진담반의 말을 던진 박희순은 본인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역시 항상 흥행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 ‘용의자’로 자신의 최고 기록인 250만 관객 돌파를 꼭 이뤄내겠단다.

“흥행에 대한 목마름은 항상 있죠. 제 최고 기록이 250만 명이에요. 300만 명을 못 넘겼어요. 이번에 ‘용의자’가 3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과 더불어 내 최고 기록을 깨는 게 목표에요(웃음).”
흥행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고 하면서도 박희순이 그간 선택해 온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늘 ‘도전’으로 점철돼 있다. 안전한 길을 선택할 법도 한데 그가 걸어온 길은 늘 구불구불한 도로다. 이는 모험을 선호하는 박희순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배우라면 못하는 것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면서 배우로서 가진 신념을 차분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고를 때 ‘내가 전작에서 이런 캐릭터를 맡았으니까 좀 다른 색깔의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남들이 안 해봤던 걸 도전해보고도 싶고요. 잘할 수 있는 것보단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도전 의식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잘하는 걸 하면 좋을 수 있죠. 안정적이고 돈도 벌고요(웃음). 그런데 그러려면 제가 예술을 하지 않았겠죠. 지금 상업영화를 하고 있지만 저는 예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해요. 때문에 배우라면 못하는 것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의죠.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안전빵’ 보단 모험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잘 하는 거나 잘 하지’라는 생각도 드네요(웃음).”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용의자’ 역시 그에겐 또 하나의 도전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많이 해왔던 그이지만 이번 영화에서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캐릭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전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세븐데이즈’로 인연을 맺은 원신연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도 그가 ‘용의자’를 선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7년 만에 영화판으로 돌아온 원신역 감독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제가 그간 센 역할들을 많이 해봤는데 이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건 해보질 못했어요.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죠. 그리고 무엇보다 ‘세븐데이즈’를 하면서 원신연 감독에 대한 믿음을 가졌었고 7년 만의 복귀작인데 뭐라도 하나 해서 도움을 주고 싶었고요(웃음). 시나리오도 괜찮았죠. 시나리오에 액션 시퀀스들이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긴박하게 나와있더라고요.”
그의 도전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 보여준 허당매력 때문에 정통 코미디 영화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가 돼 있단다. 연극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많이 해봤기에 코미디 영화는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연극할 때 슬랩스틱도 하고 움직임 쪽으로는 많이 훈련이 돼있기 때문에 정말 (코미디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엔 그런 영화들이 한국영화에서는 많이 없어졌잖아요. 새로운 시도들이 별로 없고 장르적이고 소위 말하는 ‘남자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아쉽죠.”
 
마지막으로 ‘용의자’ 관람 팁을 알려달라고 청하니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영화를 보고 클럽에 가라는 다소 엉뚱(?)한 조언을 했다. ‘용의자’를 보고 생긴 몸 속의 리듬감이 클럽의 리듬감과 맞을 것이라는 대답. 의외의 대답에 웃음이 나면서도 수긍이 가는 건 왜일까.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을 하는데 예수님이 탄생한 날이기도 하잖아요. 축하하는 의미에서 신나게 놀아야 하는 날인데 영화를 재밌게 보시고 클럽에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심장이 두근거리는 영화를 보고 그 리듬을 가지고 클럽 가서 재밌게 노시면 좋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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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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