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불허전의 수비력이었다. 여오현(35, 175㎝)이 수비로 현대캐피탈의 후위를 든든하게 지키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다만 여오현은 이에 대해 겸손해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현대캐피탈은 1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기고 3연승을 달렸다. 이날 완승으로 2라운드를 2위로 끝내는 성과가 따라왔다. 그러나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세트 스코어만 놓고 보면 완승이었지만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최근 상승세를 탄 러시앤캐시의 기세에 고전했다. 그렇게 1세트는 23-23까지 흘렀다.
그런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선수가 여오현이었다. 23-23에서 바로티의 강타를 몸을 던져 막아냈다. 바로티의 코스를 막고 서 있었고 정확한 타이밍에 손을 갖다 대 걷어낸 호수비였다. 이 공은 아가메즈의 오픈 공격으로 이어지며 역전의 발판이 됐다. 결국 그렇게 1세트를 잡은 현대캐피탈은 2·3세트를 쉽게 가져가며 승점 3점을 추가할 수 있었다. 만약 여오현의 수비가 없었다면, 현대캐피탈이 1세트를 내줬다면 의외로 고전하는 양상이 될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여오현은 경기 후 23-23 상황에 대해 “운이 좋았다. 그 쪽으로 공이 온 것인 뿐이다”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여오현은 “사람인지라 부담도 많이 되고 먼저 잘 해야겠다는 의욕도 앞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더 많은 훈련을 통해 맞춰봐야 할 것 같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여오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3.10개의 디그를 기록,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시즌 전 FA를 통해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여오현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리그 최고의 리베로 중 하나로 군림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새 동료들과의 호흡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게 여오현의 생각이다. 여기에 레프트 공격수들의 리시브와 수비 능력이 썩 좋지 못하다보니 여오현도 부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오현은 스스로 이를 이겨내고 또 팀의 새로운 수비를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다. 여오현은 자신의 움직임을 비롯한 팀 수비에 대해 “아직 교차하는 움직임들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어린 선수들도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리베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리드를 해야 한다”라고 앞으로의 적극적인 리더십을 다짐했다. 현대캐피탈이 우승 트로피 탈환을 위해 데려온 여오현이 또 다른 의미에서의 해결사 몫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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