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더 주고 싶지만 팀 성적이 안 좋으니까 이 만큼 밖에 못 주겠다.”
1년 전 이맘 때 한 LG 투수는 아쉬움 속에 연봉협상을 마쳤다. 2012시즌 LG 불페진의 한 축을 담당, LG가 승리 방정식을 세우는데 큰 힘을 보탰으나 구단 측의 반응은 예상보다 냉담했다.
지난해 LG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하며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유원상-봉중근이 경기 후반을 확실하게 마무리했고, 이들 앞에 이동현 우규민 이상열 류택현 등이 활약했으나 유원상 외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은 투수는 없었다.

물음표는 봉중근의 연봉이었다. 2012시즌 봉중근은 마무리투수 전향 첫 해임에도 26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초 재활을 병행, 연투에 나서지 못해 40경기 38이닝 소화에 그쳤으나 블론세이브는 단 하나였고 평균자책점은 1.18에 달했다. 이렇게 LG는 이상훈 이후 약 10년 동안 잃어버렸던 마무리투수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봉중근의 연봉은 동결됐다. 연봉산정 기준 중 하나인 윈셰어에서 봉중근은 9.85로 팀 내 투수 중 1위였다. 억대 연봉자가 된 유원상의 7.28보다 2.5 이상이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LG는 봉중근이 시즌 중반 사고 아닌 사고로 결장한 것을 계산에 넣었다. 물론 당시 LG가 봉중근에게 일종의 옵션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LG 구단 상황을 잘 아는 이는 “봉중근이 비록 연봉 동결 판정을 받았지만 실상은 플러스 옵션이 들어간 것으로 안다. 아마도 세이브 하나당 추가액이 지급되는 방식일 것이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2013시즌 사고 없이 55경기 61이닝을 소화하며 38세이브를 기록, 세이브 부문 리그 2위에 자리했다. LG 프랜차이즈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으로 이제 봉중근은 명실상부한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투수다. 세이브 부문 1위를 차지한 넥센 손승락은 지난 9일 65.4%인상 된 4억3000만원에 내년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봉중근의 2014시즌 연봉이 주목 받는 이유다. 2013시즌 봉중근의 윈셰어는 18.68로 역시 팀 내 투수 중 정상을 기록했다. 팀 전체로 봐도18.68의 박용택에 이은 2위다.
더 주목할 부분은 봉중근 외의 투수들이다. 2013시즌 LG의 부활은 봉중근 뿐이 아닌 많은 투수들이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규민 류제국 신정락이 31승을 합작, 토종 선발진에 반전을 주도했고 이동현은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류택현 이상열의 베테랑 좌투수 라인 또한 여전히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특히 우규민은 풀타임 선발투수 첫 해임에도 단 한 차례도 선발 로테이션을 결장하지 않았다. 게다가 팀이 필요로 할 때는 불펜에서도 힘을 보탰다. 30경기 147⅓이닝을 소화했고 10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1를 기록했다. 2013시즌 윈셰어는 8.00으로 투수 중 봉중근과 리즈에 이은 3위다.
12승을 올리며 LG 반전의 주인공이 된 류제국(윈셰어 7.49), 봉중근과 더불어 리그 최고 불펜 투수인 이동현(윈 셰어 6.63), 선발투수로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린 신정락(윈셰어 5.62)도 투수진 연봉 잭팟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LG 신연봉제의 혜택을 받는 이는 극소수로 한정됐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윈셰어가 낮게 책정됐고, 총 연봉의 파이 또한 작았다.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은 “내년에 성적이 나오면 확실히 보상해주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자연스레 선수들 사이에선 “내가 잘하고 팀이 4강가면 얼마나 줄지 한 번 두고 보겠다”는 말이 돌았다.
올해 LG는 페넌트레이스서 74승을 올렸다. 신연봉제 3년 중 한 단 한번도 60승 이상을 못 올린 것을 생각하면, 연봉 규모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13시즌 LG 마운드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린 주역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따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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