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강속구 투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강속구보다 안정된 제구를 자랑하는 기교파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 무대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12월을 맞아 각 구단들이 새로운 외국인선수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특징이 발견되고 있다. 강속구보다는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하는 투수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다수 팀들이 외국인 투수를 볼 때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지만 이제는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 J.D 마틴, SK 로스 울프, NC 테드 웨버, 한화 케일럽 클레이 등 KIA가 마무리감으로 영입한 하이로 어센시오를 제외하면 모두 150km 이상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0km대 초반으로 파워피처가 아니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강점으로 하는 투수들이다.

그나마 SK 울프가 최고 148km, 평균 145km로 빠른 공을 던지지만 강력한 강속구 투수로 분류하기에는 어렵다. 오히려 그는 싱커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구사한다. 마틴과 웨버도 강속구보다는 느린 커브를 섞어던지는 오프스피드 피칭에 능하고, 클레이도 커터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비중이 높다.
최근 토종 선발투수 중에서는 눈에 띄는 파워피처가 드물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강속구 투수를 통해 부족한 힘을 보완하려 한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LG 레다메스 리즈처럼 확실한 성공사례들도 있다. 삼성 릭 밴덴헐크, SK 조조 레이예스가 다소 미흡한 성적에도 재계약에 성공한 것도 강속구 투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 사례만 있는 게 아니었다. 대부분 팀들이 140km대 후반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파워피처를 찾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한국 타자들도 과거에 비해 강속구 대처 능력이 향상됐고, 제구가 되지 않는 투수들의 강속구는 무용지물이었다. 한화 데니 바티스타, KIA 헨리 소사도 이 같은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안정감있는 투수들에게 시선이 모아졌다. 올해 SK에서 활약하며 다승왕을 차지한 크리스 세든이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빠른 공 대신 좌우 코너워크와 다양한 변화구를 살린 피칭으로 위력을 떨쳤다. 그 이전에는 LG 벤자민 주키치와 넥센 앤디 밴헤켄이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안정된 제구와 좌완의 이점을 살리며 성공했다.
이제는 좌완 투수들에게 그치지 않고 제구가 좋은 우완 투수들도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 장수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올해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히는 NC 찰리 쉬렉, 롯데 베테랑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도 140km대 중반의 공을 던지지만 기본적으로 제구가 좋은 투수들이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150km 이상 강속구에 제구가 되는 투수들이 한국에 오겠다"고 반문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지금껏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를 데려왔지만 성공 케이스는 많지 않았다. 나이트처럼 구속보다 제구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틴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 스카우트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강속구 투수만 찾지 않는다. 스피드보다는 제구 위주의 선수가 대세가 되고 있다. 강속구 투수보다 실패 가능성이 낮기에 위험 부담이 덜한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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