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준형 "감성적인 노래? 경험담 토대..진실성 중요해"[인터뷰]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2.19 10: 00

올해 스물 다섯살, 인기그룹 비스트 멤버에서 자기 색깔 뚜렷한 프로듀서로 도약을 꿈꾸는 용준형이 "내 것, 내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소속사의 수정 요청에도 끝까지 오리지널 버전을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저작권료로 생활비를 아껴쓰고, 밤 낚시를 즐기는, 25살의 아이돌스타 같지 않은 그는 "그냥 작곡을 하는 아이돌이 아니라, 자기 음악을 하는 아이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신곡 '플라워' 발매를 기념해 지난 18일 서울 청담동 큐브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여러가지 음악을 시도하는데, 아무래도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곡이 더 잘 맞는 것 같다"면서 "차트나 수익에 얽매이지 않고, 내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조근조근, 하지만 당차게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솔로 앨범을 내게 된 소감은 어떤가.
"음악 작업을 하면서 내 음악도 한번 해보고 싶다 생각한 게, 드디어 이뤄진 거 같다. 그렇다고 뭔가 목표가 달성됐다기 보다는 솔로앨범을 발표함으로써 시작이 됐다고 생각한다."
- 뮤직비디오가 특이하던데.
"감독님과 회의를 통해서 뮤직비디오의 전체적 그림이 나오게 했다. 흔한 비디오는 찍고 싶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
"첫 무대 할 때 요섭이가 방송국에 와줬다. 내가 너무 떨고 있으니까 자기도 많이 떨었다고 얘기해주면서 '막상 해보면 안떨릴거야' 라고 해줬다."
- 올해 '몬스터'에도 출연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연기를 하든 음악을 하든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내 성격이 뭘 하더라도 대충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할거면 제대로 하자고 생각한다. 보시는 분들은 미숙하다고 봤을 수도 있지만 난 정말 열심히 했고, 이제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 양요섭의 '카페인'이 피아노 버전으로 다시 실렸는데. 다시 직접 부르기 부담스럽진 않았나.
"이걸 들려드리고 싶었다. 처음 이 곡을 만들 때 들려드리고 싶었던 감성이 지금 이 감성이다. 맨 처음 곡을 구상할 때 그 느낌이다. 그런데 이걸 요섭이가 부르게 되면서 어느 정도 수정하고 요섭이에 맞춘 것이다."
- 이번 앨범에서 가장 신경쓴 건 뭐였나.
"과하지 않고 미니멀한 담백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타일링도 그렇고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방해 될만한 것들은 거의 다 제외했다. 편곡이나 주제, 전개도 담백하게 하고 싶었고 비디오도 화려한 느낌보다는 담백하게. 노래 제목이 '플라워'임에도 재킷도 모노, 흑백을 콘셉트로 잡았다."
- 파트너 김태주 작곡가와는 무슨 사이인가.
"김태주 작곡자랑 용준형이랑 별개로 안봐주시면 좋겠다. 고등학교 동창인데, 사실상 한 팀이다. 고등학교때 서로 음악에 빠져서 가사 쓴 거 교환해서 보고 하던 사이다. 내가 데뷔한 후에도 음악을 하고 있더라. 우연찮게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 프로듀서 용준형은 어떤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나.
"내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건 팬들도 알고 있던 거다. 이번엔 그걸 넘어서, 음악을 한다더니 자기 음악을 하는 구나 하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유행을 타서, 이슈를 몰아서 사랑 받는 음악이 아니라 자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자기가 가진 게 있구나 하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 자기 색깔을 갖게 된 큰 계기가 있다면.
"요섭이 솔로 앨범을 진행하면서다. 멋있는 댄스곡도 써보고 싶고 트렌디한 일레트로닉도 하고 싶고 했는데 감성이 녹아있는 곡을 할 때 가장 편하더라. 되게 막힘없이 나오는 거 같다. 이번 앨범도 감성적인 게 많이 녹아있다."
- 작업이 안풀릴 때도 있나.
"계속 수정을 하다보면 더 안좋아질 때가 있다. 좋은 노래는 어떤건지, 답도 없다. 막연한 상태에서 3~4일 작업실에 앉아있어도 한곡도 못 써낼 때가 있다. 난 재능이 없나보다 하고 삐뚤어질 때도 있다. 주변 모니터링에 잘 휘둘리기도 하고. 내가 쓴 곡은 모두 당시의 그 고민들이 생생해서 성과에 관계 없이 다 자식 같다."
- 그래도 저작권 부자로 불리지 않나.
"정말 부끄럽다. 어느 프로그램에서 '감당이 안된다'고 말해서 화제가 됐는데, 그건 정말 그 앞에 했던 얘기가 편집된 거다. 내 나이 또래가 만질 수 없는 돈인 거 같아 버거운 거 같다는 말이 편집된 것이다. 정말 부끄러웠다.(웃음)"
- 돈은 많이 모아뒀나.
"비스트나 다른 활동으로 얻는 수익은 다 저금한다. 저작권료에서 가족 생활비, 내 개인적인 지출을 해결한다. 아직 곡 수가 누적된 게 많지 않아서 매번 액수가 많이 차이난다. 이번달엔 왜 이래 할 정도로 줄 때도 있고 이번달은 왜 이러지 그러고 늘 때도 있다. 난 그냥 거기에 맞춰서 쓴다. 적게 들어오면 아껴서 쓰고 많이 들어오면 절반 미리 저축하고 있다."
- 재테크는 안하나.
"위험한 건 절대 안한다.(웃음) 갖고 있으면 쓸까봐 쉽게 뺄 수도 없는 곳에 넣어둔다."
- 보통 악기나 자동차에 돈을 많이 쓰지 않나.
"악기는 과소비 했었다. 새 악기 나오면 그게 꼭 있어야 할 거 같아서. 그런데 막상 사면 또 안쓰니까 많이 안사게 됐다. 요새 느낀 건데 악기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지 좋은 악기 있다고 좋은 게 아니더라. 장비는 충분히 넉넉하게 갖고 있다. 차는 관심이 있긴 한데 아직 거기까지 욕심을 부리면 안될 거 같다."
- 비스트 음악은 계속 맡게 되는 건가.
"이번 앨범은 무조건 내가 프로듀싱 해야지, 했던 건 아니다. 정말 많은 곡을 받았고 외부에서도 곡 많이 받았다. 내가 프로듀싱해서 비스트가 플러스면 해야 하는 거다. 하지만 외부에서 더 좋은 곡이 오면 그 곡 하는 게 맞다."
- '섀도우' 앨범 성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수익적인 거나 보여지는 거에 너무 얽매이지는 않는다. 아쉬운 건 있는데 실패라고 보진 않는다. 자체적으로 프로듀싱 해서, 정말 해외 아티스트들처럼 자기 안에서 해결해서 나오는 것도 뿌듯하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멤버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거듭하게 된다면 훨씬 더 좋은 걸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 않나."
- 차트 성적은 많이 보나.
"차트는 비스트, 요섭이 노래는 많이 신경쓰고 했는데 이번 내 솔로곡은 신경 안쓰고 있다. 차트 정복이 목표였다면 타이틀곡을 '플라워'로 안했을 거 같다. 이 곡을 만들었을 때 소속사에서는 좀 더 대중적인 후크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처음 만든 버전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내 색깔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었다."
- '플라워'를 탐낸 멤버는 없었나.
"기광이가 좀 탐을 냈다. 노래를 만들면 항상 들려주는데, 기광이가 그 노래를 자주 들으면서 좋아해줬다."
- 벌써 데뷔 5년차다. 가장 큰 고민은 뭔가.
"그냥 하던대로 하고 싶다. 난 그동안 안주한 적은 없다. 비스트로 활동하면서나, 좋은 반응에 안주하진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루 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다. 겁도 많다. 안주하고 있다가 한순간에 없어져버리면 너무 무서울 거 같다. 그래서 해이해지지 않으려 늘 채찍질한다. 음악적으로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연기도 계속 하고 싶다. 평소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 '플라워'는 어디서 영감을 얻은 건가. 노래에 특히 경험담이 많이 녹아나는 것 같다.
"첫 토대는 내 경험에서 제가 느꼈던 걸 기본으로하고, 나머지 디테일은 상상이나 영화, 드라마, 책에서 많이 찾는다. 누군가는 헛소리라고 볼 수도 있는데, 사랑 노래 쓰는 사람이 사랑을 안해봤으면서 거짓말로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시하는 게 공감이라서, 진실성을 중시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노래를 너무 내 얘기로 대입하진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 유독 용준형의 곡은 그런 해석을 많이 받는다.
"왜 그렇지?(웃음)" 
- 또래 싱어송라이터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의식은 하고 있나.
"그 중에서 1등해야지, 그런 맘은 진짜 없다. 겸손한 게 아니고, 정말 서로 다른 걸 하고 있는 거 같다.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 같다. 저 사람은 어떻게 했지 하면서 신경쓰지 않는다. 음악 만드는 것도 너무 어려운데 그거까지 신경쓰면서 너무 계산적으로 하고 싶진 않다. 다들 잘하시지 않나. 뭔가 창작하는 사람이나 자기 것을 꺼내놓는 사람은 다 존중한다. 그래서 나도 존중받으면 좋겠다."
- 특히 지드래곤이 자주 언급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팬분들끼리 얘기가 오가는 걸 볼 때도 있는데, 안타깝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작업실에 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친구랑 낚시도 자주 간다. 물고기는 그냥 놔주는데, 물고기가 걸려올라올 때나, 그걸 기다리는 고요함이 좋다. 특히 밤에 하면 달과 나 밖에 없는 느낌이 든다. 생각이 정리되고 되게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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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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