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영입’ SK, 긴박했던 협상과정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19 16: 15

“좋은 소식을 기다려봐도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던 이만수 SK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적어도 경력만 놓고 보면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선수 중 하나가 내년 SK 유니폼을 입고 뛴다. 우여곡절의 연속 끝에 루크 스캇(35)을 영입한 SK도 긴박했던 협상과정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SK는 19일 “메이저리그 출신의 외야수 루크 스캇을 영입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큰 파장을 일으켰을 정도의 일대 사건이었다. 경력이 워낙 화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휴스턴에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스캇은 올해까지 9시즌 연속 MLB 무대에서 활약했다. 통산 MLB 출전 경력만 889경기에 이른다. 통산 타율은 2할5푼8리, 135홈런에 436타점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리기도 했고 그 중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모두 20개 이상의 홈런을 치며 전성기를 달렸다. 나이 탓에 최근 들어서는 기록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어쨌든 현직 메이저리거에 통산 장타율 4할8푼1리를 기록하고 있는 스캇의 영입은 큰 화제를 불러 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스캇을 영입한 SK의 그간 행보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정을 살펴보면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내년 4강 재진입을 노리는 SK는 두 가지 목표와 함께 올해 오프시즌을 맞이했다. FA로 풀린 정근우를 잔류시키는 것, 그리고 수준급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스카우트 팀이 지난 11월 15일 출국해 12월 7일까지 도미니카 등을 돌아보며 후보 리스트를 추렸다.
처음에는 도미니칸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을 위주로 후보자를 선정했다. 현지 에이전트들의 추천도 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 그리고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사이에 걸쳐 있는 선수들이 주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런 SK를 급하게 만드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정근우의 한화 이적이었다. SK는 이때부터 외국인 타자의 눈높이를 높였다. 전력 보강에 대한 절실함이었다.
한 때 MLB 경력이 있는 내야수의 이름이 오고 가곤 했으나 현장의 눈높이에는 차지 않았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그만큼 외국인 타자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컸다. 중장거리 타자로 선회하기로 결정했고 마지막에는 MLB 경력이 있는 4명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리스트에 오른 선수들도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경력이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았다. 이만수 감독이 처음으로 점찍은 선수는 계약이 쉽지 않았다.
이 때 크리스 세든과의 재계약 협상 때문에 출국한 협상팀이 마지막으로 스캇을 추천했다. 스캇은 윈터미팅 때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고 SK가 이를 발 빠르게 이용했다. 중심타선 보강, 장타력 보강을 노렸던 SK로서는 좋은 대안이었고 이만수 감독의 최종 재가가 떨어졌다. SK는 망설이지 않고 스캇과의 계약을 추진해 결국 도장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속전속결로 협상을 끝내겠다는 전략이 빛을 발했다.
몸값도 세간에서 추측하는 것보다는 그리 비싸지 않았다. 스캇은 내년 뛸 MLB 팀을 찾지 못해 몸값이 올해보다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SK를 비롯한 국내 구단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몸값이었다. 게다가 어느 팀과도 계약되지 않아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할 필요도 없었다. 스캇과의 협상이 일사천리로 끝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처음부터 리스트에 있던 선수도, 처음부터 원하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SK가 기대를 모으는 중장거리 타자를 영입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고생 끝에 얻은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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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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