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텐 골든이글스가 팀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25)의 미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불허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방침이 굳어질 경우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는 18일 “라쿠텐이 다나카에 일본프로야구 역대 최고 연봉인 8억 엔(약 81억5000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올해 24승 무패라는 엄청난 신화를 쓴 다나카는 현재 포스팅 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MLB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올해 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투수 최대어로 손꼽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5~6년 연봉 총액이 1억 달러(약 1059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소속팀 라쿠텐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정된 미·일 포스팅 시스템에서 못 박힌 포스팅 상한액(2000만 달러) 때문이다. 개정 전 포스팅 시스템에서는 상한선이 없는 대신 최고 입찰가를 낸 팀이 독점 협상권을 쥘 수 있었다. 때문에 일본 원 소속구단으로서는 더 유리했다. 하지만 제도가 개정되자 라쿠텐의 손실이 너무 커졌다. 이에 라쿠텐도 “이 금액으로는 다나카를 보낼 수 없다”라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대신 라쿠텐은 연봉을 배로 올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나카는 지난해 3년간 12억 엔(약 122억 원), 연 평균 4억 엔의 계약을 맺었는데 1년 8억 엔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잠시 꿈을 접는 대신 금전적인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해주겠다는 의미다. 만약 다나카가 수긍할 경우 2004년과 2005년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요코하마)가 기록했던 투수 최고 연봉(6억5000만 엔)을 뛰어 넘는 신기록을 쓴다.
는 “다나카와 라쿠텐이 20일쯤 다시 만날 예정”이라면서 “(20일) 만남은 협상이 아니라 포스팅 절차 시작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구단의 방침을 전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라고 예상했다. 보도대로라면 이르면 20일 중으로 확정 발표가 나는 셈이다. 여론의 역풍, 그리고 추후 있을지 모를 다나카의 반발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두는 강수다. 이렇게 라쿠텐이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역시 돈이라는 추측이다.
만약 다나카가 2015년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어 미국으로 떠나면 라쿠텐은 올해 받을 수 있는 2000만 달러(약 212억 원)까지 날린다. 하지만 그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전력적인 측면은 물론 흥행 등 구단 수입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프로야구 우승시 경제 효과 연구’ 등으로 알려진 간사이대 대학원 미야모토 카츠히로 교수는 18일 “라쿠텐이 올해 다나카를 미국에 보낼 경우 약 61억 엔(약 621억 원)의 손실이 생길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나카가 팀을 떠날 경우 관중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 팀 성적이 떨어진다면 그 폭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관중들이 감소하면 경기장에서 소비하는 돈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미야모토 교수는 이런 입장권 및 경기장 내 매출 감소를 2년간 17억7794만 엔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상품 매출 감소 추정액이 8억 엔, 그 외 방송권료와 광고 등의 감소액이 5억 엔 가량이다. 다나카의 애초 포스팅 금액을 50억 엔으로 잡아 30억 엔의 손실분을 더하면 약 61억 엔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이런 손실을 감수하면서 다나카 포스팅에 응할 필요가 없는 라쿠텐이다. 여기에 올해 일본시리즈 우승팀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라쿠텐이고 다나카는 그 핵심이자 팀의 상징이다. 무형적인 마이너스 요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포스팅 개정 전에는 최소 7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였던 포스팅 금액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또한 라쿠텐 측은 MLB측의 일방적인 협상안 제시에 “자존심 문제다. MLB는 일본을 미국의 팜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극렬 반대하고 있다.
한편 등 미 언론들도 의 기사를 일제히 인용보도하면서 “사실상 다나카의 MLB 진출이 물 건너갔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만약 라쿠텐이 다나카를 일본에 눌러 앉힌다면 MLB FA시장에도 큰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맷 가르자, 우발도 히메네스, 어빈 산타나 등 다나카에 밀려 잠잠했던 투수 FA 대어들이 기지개를 켤 것이 확실하다. 시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면 MLB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윤석민의 발걸음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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