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스코리아' 그들, 눈 맞으면 모두 멜로... '마성의 로코'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2.20 07: 24

길거리에서 시원하게 욕설을 주고받았던 이들이 만드는 미묘한 러브라인이 재밌다면 믿을까.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이야기 중심에 있는 배우들의 로맨스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맛깔스런 감정까지 놓치지 않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장기를 살려 모든 인물이 사랑에 빠지게 만들 기세다.
MBC 새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지난 19일 2회를 내보냈다. 이 드라마는 첫 방송에서 1997년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화장품 회사를 살리기 위해 첫 사랑 오지영(이연희 분)을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김형준(이선균 분)의 이야기로 뼈대를 닦았다면 2회부터 곁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지영과 형준이 성공해야 하는 각기 다른 절박한 감정을 교차하는 동시에, 주변 인물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입히는 과정이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형준에게 돈을 받아내야 하는 사채업자 정선생(이성민 분)과 미스코리아를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퀸 미용실 원장 마애리(이미숙 분), 형준의 회사 연구원이자 원칙주의자 고화정(송선미 분)의 이야기가 곳곳에 배치됐다. 정선생과 얽힌 두 여자는 만나기만 하면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지만, 묘하게도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화정은 선생을 혐오해서 경찰서 유치장까지 집어넣는 고집을 부렸지만, 두 사람의 폭발할 것 같은 눈빛마저도 시청자들을 두근거리게 했다.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지만 선생이 내뿜는 왠지 모를 섹시한 기운과 자꾸만 선생과 얽히는 화정의 고달픈 행보는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미 지난 해 ‘골든타임’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이들은 원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남녀간의 감정이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선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인 ‘미스코리아’의 러브라인 한 축을 맡았다.
선생은 화정 외에도 애리와도 얽혔다. 첫 만남에서 애리의 미스코리아 후보 섭외를 본의 아니게 방해했던 선생은 촌스러운 머리스타일 지적에 애리 미용실을 찾았다. 애리는 손수 머리를 다듬어주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선생은 기겁한 표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형준과 화정 앞에서는 언제나 윽박 지르는 카리스마를 뽐내지만 애리 앞에서는 물 맞은 생쥐 마냥 처량한 남자였다.
애리의 현란한 가위질과 “눈을 감으면 내 가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이해 못할 신조에 눌려 눈을 동그랗게 다시 뜨는 선생의 약한 모습은 이날 방송에서 가장 재밌었던 장면. 애정관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원수지간도 아닌 애리와 선생의 복잡미묘한 관계는 성질 급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삼각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다.
이처럼 ‘미스코리아’는 주인공인 형준과 지영의 러브라인 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풍성한 이야기가 마치 사탕수수마냥 줄줄이 얽혀서 진행되고 있다. 개성 강한 극중 인물들과 이를 연기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은 ‘미스코리아’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연기력을 평가하기에도 미안한 이미숙과 이성민의 폭풍 같은 대사 표현력과 캐릭터 몰입도는 보는 내내 감탄이 쏟아진다. 송선미 역시 비중은 크지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이들은 특별한 로맨스 장치 없이도 눈만 맞아도 묘한 설렘을 안기며 연륜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기대하지 않았고, 이상한 지점에서 터지는 로맨스 기운은 ‘미스코리아’를 더욱 즐겁게 하고 있는 것.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가 흔히 빠질 수 있는 작위적인 설정이라곤 찾을 수가 없다. ‘파스타’ 서숙향 작가와 권석장 PD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청춘들의 성공담에 섬세한 러브라인으로 안방극장의 연애지수를 높이고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서로에게 빠지지 않았지만 눈만 맞아도 두근거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인데 사랑 지수는 높은 마성의 로맨틱 코미디가 겨울 안방극장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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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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