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과열에 놀랐던 야구계가 이번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전의 과열에 또 한 번 놀라고 있다. FA시장의 경우는 대략적인 몸값이라도 드러났지만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그렇지도 않다는 점에서 관심과 우려를 모두 모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4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방안을 확대 개편(3명 등록·2명 출전, NC는 4명 등록·3명 출전)한 가운데 각 팀들의 외국인 농사도 서서히 그 결실을 드러내고 있다. NC·넥센·롯데가 일찌감치 내년 외국인 선수 인선을 확정지었고 SK 또한 19일 MLB 출신의 중장거리 타자 루크 스캇을 영입함으로써 확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구단들도 현재 후보군을 최대한 추려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단들은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근래 들어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늘었다. 내년에는 보유 한도도 늘어나 외국인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함은 물론 수준급 외국인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과감한 베팅도 필요한 실정이다.

관심, 그리고 우려가 동시에 모이는 지점은 몸값이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규약상 한국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외국인 선수의 보수는 인센티브를 포함해 연간 30만 달러로 묶여 있다. 그러나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규정은 사문화됐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선이다. 한국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웬만한 외국인 선수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리면서 구단들의 지출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다 100만 달러 이상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정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지만 지난해 한화와 계약을 맺었던 대나 이브랜드의 경우 현지에서 80만 달러 이상에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더스틴 니퍼트(두산), 레다메스 리즈(LG), 릭 밴덴헐크(삼성), 조조 레이예스(SK)와 같이 경력이 좋은 선수들은 100만 달러 이상을 호가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올해는 더 심하다. 경쟁적으로 좋은 외국인 수혈에 나서면서 씀씀이가 커졌다는 데는 구단 관계자들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올해 입단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조금씩이라도 있다. 호르헤 칸투(두산)는 MLB 통산 출장이 847경기, 루크 스캇(SK)은 무려 889경기에 이른다.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엄두도 못 낼 경력이다. 심지어 루크 스캇, 로스 울프(SK), 펠릭스 피에(한화), 테드 웨버(NC)는 올해 MLB 출전 경력이 있다. 당연히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마이너리그 성적이 수준급인 선수들의 몸값도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한 에이전트계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싸게 데려오는 선수도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미국에서 받던 연봉을 한국에서 못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구단들의 심리적 상한선은 이제 150~200만 달러까지 왔다고 보면 된다”라고 귀띔했다. 3명을 모두 200만 달러 선수로 채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1명은 대어급으로 채워넣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을 높이는 선수를 감안하면 “1명 평균 100만 달러에 가깝다”라는 최근의 추측 시세는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이런 외국인 몸값 대란에는 치솟는 FA 몸값도 한 몫을 거들었다는 게 구단들의 하소연이다. 4년 50억 이상 선수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부담을 느낀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로 눈을 돌린다는 이야기다. 물론 국내 선수들이 가진 스타성,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상징, 기존 전력과의 조화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FA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선수들이라는 데 구단의 고민이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올해 FA시장의 과열로 인해 이제 내년부터는 특급이 아닌 A급 선수들도 4년 총액 50억 원부터 협상을 시작할 기세”라고 고민을 드러내면서 “강민호(롯데)의 경우는 연간 20억 원 수준인데, 외국인 선수 3명의 1년 몸값과 아주 큰 차이가 없다. 특급 FA선수의 몸값이면 이론적으로 4년간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계속 찾아다닐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FA시장에서 전력 보강에 실패한 팀들은 준비했던 실탄의 일부를 외국인 영입 자금으로 편성했다. 이런 팀들의 움직임은 내년 외국인 선수 수급시장에도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외국인 시장이 계속 과열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런 현상은 구단들이 전력수급을 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에서 시작한다. 선수층 확대, FA취득기간 축소, 2차 드래프트 확대 등 복합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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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니퍼트(위). 루크 스캇(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