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보라스의 추신수 도박, 보험은 있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20 06: 17

도박판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좋은 패와 배짱이 필요하다. ‘승부사’의 위용을 드러내곤 했던 스캇 보라스가 추신수 영입전에서 궁극적인 승리자가 될 수 있을지도 여기에 달렸다.
올해 FA시장에 남아있는 선수 중 단연 최대어로 손꼽히는 추신수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또 한 번 미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의 제프 파산 기자의 보도 때문이었다. 파산 기자는 세 가지 소식통을 종합해 “뉴욕 양키스가 제이코비 엘스버리의 영입 후 추신수에게도 7년 1억4000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엘스버리급 대우를 요구한 보라스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양키스 구단과 추신수 측의 공식적인 논평이 없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메이저리그(MLB)의 저명한 소식통 중 하나인 파산 기자가 여러 경로에서 일치된 정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마냥 흘려듣기도 어렵다. 추신수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액이 공개된 것도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큰 관심사다.

미 현지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보라스가 실수를 했다”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보라스가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고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보라스가 보험 하나 없이 그런 배짱을 부렸을 리는 없다는 추측이다. 그렇다면 보험에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추신수의 개인적 의견이 반영된 거부일 수도 있다. 환경, 우승 가능성 등이다. 하지만 FA시장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돈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때 보라스와 추신수가 7년 1억4000만 달러를 거부한 속내는 두 가지 뿐이다. 실제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을 받았거나, 아니면 향후 시장 환경에 따라 몸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공산이 크다.
전자의 유력한 후보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손꼽히고 있다. 올해 MLB 최하위에 처진 휴스턴은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유망주 자원도 적지 않은 편이다. 다만 리빌딩이 마냥 젊은 선수들만으로 성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2~3년 뒤 구심점이 되어 줄 추신수에 대한 필요성은 있는 팀이다. 연봉 총액이 MLB에서 가장 작아 연봉 구조에도 여유가 있다. 8년 계약을 안겨줄 유일한 팀으로 거론된다.
후자의 경우는 추신수를 원하는 팀이 자신들의 요구에 굴복할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텍사스가 잠시 추신수 영입전에서 발을 뺐지만 계약기간에 대한 이견일 뿐 추신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향후 다나카 마사히로의 영입에 실패하거나 다나카가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경우 텍사스도 추신수가 간절할 수밖에 없다.
한편 보라스와 구단주 사이의 ‘핫라인’이 있는 디트로이트, 엘스버리를 잃은 보스턴 중 하나라도 관심을 가질 경우 영입전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다. 윈터미팅 당시의 애리조나처럼 뜬금없이 수면 위로 오를 팀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가능성을 봤다면 애당초부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 언론에서는 보라스가 적어도 그 두 가지 중 하나는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추신수의 향후 대박 가능성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다. 반면 그 두 가지 모두가 없었다면 보라스 인생에 오점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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