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시대가 계속 될 수 있을까. 다음 시즌 프로야구를 지켜봐야 할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지난 2년간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는 의심할 것 없이 넥센 4번타자 박병호였다. 2년 연속 4번타자로 전경기 선발출장한 그는 각각 31개-3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2년 연속 홈런왕 등극과 함께 MVP를 거머쥐었다. 이 시기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외국인 타자의 부재로 박병호는 명실상부한 최고 거포로 존재감을 떨쳤다.
그러나 내년에도 박병호 천하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어졌다. 외국인 타자들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부터 외국인선수 보유를 확대했고, 의무적으로 야수 쿼터를 만들었다. 프로야구의 볼거리를 늘리는 차원으로 외국인 타자들의 등장이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시즌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특급 외국인 타자들이 속속 가세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108홈런 타자 호르헤 칸투가 두산과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SK가 현역 메이저리거이자 통산 125홈런을 기록한 루크스캇을 데려와 정점을 찍었다. 투수·야수를 통틀어 최근 들어 가장 화려한 경력의 외국인선수들이다.
여기에 NC가 데려온 현역 메이저리그 외야수 에릭 테임즈도 만 27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에 온 거포이고, 롯데가 영입한 루이스 히메네스도 선구안과 장타력을 겸비한 중심 타자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 펠릭스 피에와 넥센 비니 로티노만이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이 아니다.
이름값만 놓고 볼 때 박병호를 위협할 만한 타자만 해도 칸투와 스캇 그리고 테임즈와 히메네스까지 수두룩하다. 토종 타자들 중에서는 박병호의 홈런 파워를 견제할 수 있는 타자가 최정(SK)·최형우(삼성)로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다수의 타자들이 도전장을 내민다. 더 이상 홈런왕 3연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이래 외국인 타자가 홈런왕을 차지한 건 1998년 OB 타이론 우즈(42개)와2005년 현대 래리 서튼(35개) 두 차례 뿐이다. 외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홈런은 1999년 한화 댄 로마이어, 2002년 SK 호세 페르난데스의 45개. 외국인 타자들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홈런왕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1992년 빙그레 장종훈을 제외하면 40홈런 시즌에는 언제나 외국인 타자들의 존재가 있었다. 가장 최근 40홈런도 2010년 롯데 이대호(44개)였는데 당시 중심타선에서 그를 뒷받침한 게 그해 26홈런의 카림 가르시아였다. 3년 만에 리그에 모습을 드러낼 외국인 타자들이 홈런왕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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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스캇(SK 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