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서 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그 정도로 거물급 선수가 한국을 찾는다. 19일 SK 입단이 공식 확정된 루크 스캇(35)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기대가 크지만 과제도 있다.
SK는 19일 스캇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SK는 지난 10일부터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MLB) 윈터미팅’ 때까지도 새 둥지를 찾지 못한 스캇과 접촉해 일사천리로 사인을 이끌어냈다. 영입 소식에 프로야구계가 술렁거렸다. 경력 때문이다. 스캇은 2005년 휴스턴에서 MLB에 데뷔한 이래 출장 경기만 889경기에 이르는 선수다. 지난 2000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훌리오 프랑코 이후 최고 경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통산 타율은 2할5푼8리, 출루율은 3할4푼, 장타율은 4할8푼1리다. 그리고 135개의 홈런과 436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성적이 아닌, MLB 성적이다. MLB 통산 OPS(출루율+장타율)가 0.821에 달한다. 2013년 한국프로야구에서 OPS 0.821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17명 뿐이었다. 스캇은 이를 MLB 889경기에서 해냈다. 20홈런 이상 시즌도 세 차례나 된다. 기록만 놓고 보면 말 그대로 엄청난 타자가 들어온 셈이다.

MLB와 한국프로야구의 수준 차이를 감안할 때 이론적으로 스캇은 30홈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물론 전성기에서는 내려오고 있는 선수지만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는 올해 중심타선이 다소 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최정이 고군분투했지만 박정권의 정상화가 늦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김상현 이재원 등 우타 거포 요원들도 고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여전히 펀치력이 있는 스캇의 가세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왼손 타자지만 왼손 투수에 그리 약하지 않았고 올해 득점권 타율도 3할1푼7리로 괜찮았다. 해결사를 찾는 SK의 구미에 맞는 선수다. 또한 잡아당기는 성향이 강한 스캇의 타격이 전체 구장 크기에 비해 좌우 길이가 짧은 문학구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으로 스캇의 가세가 최정에 대한 승부로 이어진다면 최정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다.
다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걸린다. 전성기의 배트 스피드보다는 내려와 있다. 뜬공 타구를 분석해보면 확실히 외야보다는 내야에서 잡히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이 눈에 띈다. 팬그래프닷컴에 의하면 2007년 9.9%였던 이 비율은 올해 15%까지 늘어났다. 대다수 타자들이 노쇠화되며 겪는 현상이다. 선구안이 좋다기보다는 파워히터 스타일이라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고전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부상 위험도 상존한다. 스캇의 부상 보고서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어깨와 허리가 좋지 않았던 것이 잘 드러난다. SK에서는 지명타자로 뛸 가능성이 높아 부담은 덜할 수 있겠지만 그리 달가운 요소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일정이 덜 빡빡한 한국이라고 하더라도 체력과 부상 관리는 필수로 보인다.
SK가 스캇에 기대하는 것은 3할보다는 30홈런 이상의 파괴력이다. 어차피 앞선에 최정이 위치하는 만큼 장거리포로 상대를 괴멸시키는 임무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스캇이 이런 모습을 보여줄 경우 SK의 중심타선은 확 바뀔 수 있다. 기대치에 부응하는 스캇이라는 전제하에, 최정-스캇-박정권으로 이어지는 SK 중심타선은 70~80개의 홈런을 합작할 수 있는 펀치력을 보유하게 된다. 올해를 기준으로 웬만한 팀의 팀 홈런과 맞먹는 수치다. 스캇이 SK 타선에 불을 붙일 수 있을까. 어쨌든 최고의 화제가 될 선수임에는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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