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찾아 삼만리’ SK, 성과 안고 귀국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20 06: 43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던 출장이 거의 2주까지 늘어났다. 미국에 있는 협상팀도, 한국에 있던 실무자들도 초조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 끝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SK가 비교적 만족스러운 외국인 선수 영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카우트 팀의 정보력과 협상팀의 기민한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SK는 19일 메이저리그(MLB) 통산 889경기에서 나서 135홈런을 친 좌타 거포 루크 스캇(35)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MLB에서 활약했고 세 시즌이나 20홈런 이상을 친 스캇의 영입에 하루 종일 야구계가 술렁거렸다. 이로써 SK는 지난 14일 영입을 확정 지은 로스 울프(31), 그리고 재계약에 골인한 조조 레이예스(29)까지 세 명의 2014년 외국인 선수를 모두 확정했다.
레이예스는 올해 8승에 머물렀으나 몸 상태를 좀 더 끌어올리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면 능히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둘 수 있는 선발 요원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스캇은 물론 울프 역시 올해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22경기에 나섰던 기억이 있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최고의 외국인 트리오가 구축된 모습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숱한 위기를 넘기며 겨우 목적지에 당도한 모습이다.

당초 SK는 올해 14승을 올리며 팀 에이스 몫을 한 크리스 세든(30)과의 재계약도 낙관했다. 그래서 외국인 타자 정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스카우트 팀 관계자들이 11월 15일 출국해 자료를 수집 중이었다. 투수는 생각도 안 했다. 그런데 세든이 12월 초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선언하면서 모든 것이 꼬일 위기에 놓였다. 8일 진상봉 운영팀장과 올해 세든의 통역을 담당했던 운영팀 김현람 매니저가 급히 미국으로 달려갔다. 세든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다. 세든의 일본 진출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이내 진 팀장과 김 매니저에게 예정에 없던 새로운 임무가 떨어졌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찾아라’라는 긴급 타전이었다. 일단 급한 투수 쪽부터 불을 끈다는 생각이었다. 진 팀장은 그간 쌓아둔 정보력을 총동원해 로스 울프를 찾아냈고 결국 이만수 SK 감독의 최종 결정을 받았다.
야수 쪽은 워낙 구단이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었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정근우(한화)를 한화에 뺏겨 현장에 면이 안 서던 상황이었다. 원래부터 외국인 야수에 올인하고 있었다”라고 그간 구단 분위기를 설명했다. 리스트에 오른 선수만 수십 명이었다는 후문으로 SK 외국인 선발 역사상 가장 긴 리스트였다. 수준급 선수도 많았다. 영상을 확인한 이만수 SK 감독이 “스카우트 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라고 했을 정도로 자원들이 괜찮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난항은 이어졌다. 이만수 감독이 최종 낙점한 선수와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었다. 여기서 SK는 미련을 두기보다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현지의 진 팀장이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하면서 추가로 시장에 풀리는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보고했다. 그 중 한 명이 스캇이었고 이 감독의 결정이 난 뒤 곧바로 접촉해 사인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기약 없이 길어졌던 두 남자의 출장은 끝났다. SK의 외국인 선수 인선이 마무리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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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계약 후 현지 사무실에서 에이전트들과 기념 사진 촬영에 임한 SK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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