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팀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SK 앞에 두 가지 물감이 주어졌다. 하나는 육성, 하나는 재활이다. 이 두 물감을 잘 활용해 어떻게 그림을 그리느냐가 구단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SK는 19일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구단 조직개편 내용을 알렸다. 올해부터 육성을 주요 화두로 삼고 있는 구단의 움직임이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또 하나의 터파기 작업으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올해 2월 육성팀을 만들고 본격적인 예비 작업에 착수했던 SK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민경삼 단장 산하에 스카우트팀을 신설했다. 올해를 끝으로 퓨처스팀(2군) 감독에서 육성 파트로 자리를 옮긴 김용희 육성총괄이 스카우트팀과 육성팀을 관장한다. 신인선수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을 '논스톱'으로 통합 관리하겠다는 SK의 의지다.

스카우트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신규 채용도 이뤄졌다. 김상만(前 원정기록원), 조영민(前 LG선수), 김용섭(前 SQ코치) 씨를 스카우트로 채용했다. 한편 류선규 홍보팀장이 팀장직을 겸하는 육성팀은 SK 선수 육성 시스템의 터전이 될 강화 드림파크(연습구장) 신축 업무를 맡아 또 하나의 중요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SK는 지난해부터 선수 육성에 대한 절실함을 느꼈다. 점섬 선수수급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실감하고 그 깨달음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올 한 해 동안 직원들이 육성 파트의 기틀을 만들기 위해 땀을 흘렸다. 다만 1년으로 될 문제는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SK 내부의 판단이다. 이 발걸음을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육성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까지 단행했다. 구단의 의지를 잘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SK는 기초 작업으로 육성은 물론 재활까지 아우르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육성이야 FA 몸값 폭등 시대에 모든 팀들이 외치고 있는 부분이다. 특별할 것은 없고 SK는 오히려 조금 늦은 감도 있다. 하지만 재활 쪽은 가장 빠르게 달려가겠다는 생각이다. SK는 부상자들이 많은 팀이었고 지금도 재활에 매달리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간의 경험에서 재활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는 SK라 이 부분도 체계적으로 손을 보겠다는 생각이다.
SK의 한 관계자는 “1년간 새 시스템에서 육성 파트를 운영해보니 육성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활도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재활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재활 시스템과 인력을 정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SK는 전병두 이명기 등 재활군 선수들을 괌으로 보내 몸 상태를 끌어올리게끔 배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선수단 전력을 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재활도 중요하다는 게 구단의 생각이다”라면서 “단순히 부상 치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부상 예방, 트레이닝, 컨디션닝 등 모든 개념이 동참하는 개념을 구상 중이다”라고 청사진을 드러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에 도취해있던 SK가 이제 달콤함에서 벗어나 또 다른 왕조 건설을 위한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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