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프로배구를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비중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 와중에 국내파 공격수들의 자존심을 대변해야 할 ‘빅3’는 부상에 고전하고 있다.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던 만큼 언제쯤 반격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외국인 선수들은 올 시즌도 많은 공격을 점유하며 팀 성적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점유율을 보면 외국인 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2라운드 종료 현재 레오(삼성화재)의 공격 점유율은 무려 58%다. 팀 전체 공격 10번 중 6번은 레오가 때렸다는 의미다. 아가메즈(현대캐피탈)도 그에 못지않은 57.2%다. 에드가(LIG손해보험)의 공격 점유율은 54.4%, 그나마 점유율이 조금 떨어지는 마이클(대한항공)도 47.8%에 이른다.
가장 확률이 높은 공격수에게 많은 공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 공격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올 시즌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삼성화재 정도만 외국인 선수의 공격 점유율이 50%를 웃돌았으나 올 시즌에는 세 팀이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토종 ‘빅3’의 부상과도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성민(현대캐피탈, 198㎝) 김요한(LIG손해보험, 200㎝) 박철우(삼성화재, 199㎝)라는 국내파 거포들은 모두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의 공격수로 활약하며 토종의 자존심을 지킨 선수들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그런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빠진 세 팀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비중이 나란히 높아지고 있다. 선수에게나, 팀에나 모두 부담이 큰 시즌 초반이다.
문성민은 지난 6월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리그에 참여했다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쳐 아직까지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매 시즌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요한도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했으나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 11월 6일 삼성화재전에서 왼 손등 골절상을 입고 40일 이상을 쉬웠다. 올 시즌 한결 가벼운 몸놀림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철우도 10일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 왼 새끼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받았다.
복귀까지 아직 4~5주가 더 남은 박철우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는 조만간 코트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전망이다. 문성민은 이르면 21일 열리는 우리카드와의 경기에 원 포인트 서버로서의 출장이 예상된다. 김요한도 24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는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두 선수 모두 부상 공백이 있었다는 점에서 언제쯤 제 기량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두 선수를 다루는 벤치도 노심초사다.
전광인(한국전력) 최홍석(우리카드) 송명근(러시앤캐시) 등 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전형적으로 큰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은 아니다. 빠르지만 신장과 힘은 한계가 있다. 배구 관계자들이 “‘빅3’가 무너지면 토종 공격수들의 자존심도 덩달아 무너진다”라고 우려하는 이유다. 국제 경쟁력과도 아직은 상관관계가 있다. 부상으로 불시착한 이들이 언제쯤 코트를 박차고 날아오를 수 있을지 배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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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문성민-박철우(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