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10승 투수. 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80회에서 44회로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진 가운데서 총 37회를 기록하며 선발진을 지탱했다. 그만큼 팀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두산 베어스 선발 3인방 노경은(29)-유희관(27)-더스틴 니퍼트(32) 노희트 트리오에게 2014시즌은 더없이 중요하다.
지난해 퀄리티스타트 80회(1위) 선발 야구로 팀 컬러를 변혁했던 두산은 올 시즌 44번의 퀄리티스타트로 전체 8위에 그쳤다. 이용찬의 팔꿈치 부상과 베테랑 김선우(LG)의 부상-슬럼프, 외국인 투수 개릿 올슨-데릭 핸킨스가 선발로서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며 선발진 약화 현상을 고스란히 겪었다. 그 가운데서 분전한 이들은 바로 노희트 트리오다.
지난해 12승 평균자책점 2.53(2위)으로 일약 선발진 신데렐라가 되었던 노경은은 올 시즌 30경기 10승10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기복도 있었고 지난해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으나 꾸준히 선발로 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승운이 없던 가운데서도 18회 퀄리티스타트로 국내 선발 투수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닝 소화도 180⅓로 9개 구단 국내 선발투수 중 가장 많았다.

한때 팀에서도 두 손을 들었던 천덕꾸러기 우완이었으나 잠재력을 현실화하며 뒤늦게 제 실력을 발휘 중인 노경은은 이제 명실상부한 두산의 간판 에이스. 연봉도 2억8000만원으로 수직상승하며 팀의 기대치를 알 수 있게 한다. 스토브리그서 자신에게 기회와 동기부여 수단을 제공해 준 김진욱 감독, 정명원 코치의 퇴진이라는 아픔을 겪은 노경은은 다시 자신을 다잡고 훈련에 매진 중이다.
2013시즌 유희관이 없었다면 두산 마운드는 더욱 황폐해질 뻔 했다. 좋은 제구력과 뛰어난 담력을 지녔으나 140km 미만의 직구로 중용되지 못하던 유희관은 5월4일 LG전서 5⅔이닝 무실점 깜짝 선발승을 거둔 뒤 스스로 1군 무대에서 입지를 굳혔고 선발-계투를 오가며 41경기 10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3의 성적을 올렸다. 팀은 2004년 게리 레스(17승) 이후 9년 만에 10승 좌완을 찾았다. 국내 좌완으로 국한하면 1988년 윤석환 전 투수코치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그리고 유희관은 포스트시즌서 일약 최고의 호투를 펼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는 비록 승리를 따내지 못했으나 7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펼치는 기교투를 선보였다. 그리고 연봉 또한 2600만원에서 단번에 1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 선발로 섰다는 자체가 내게는 엄청난 영광이다”라며 포스트시즌을 돌아 본 유희관은 “다음 시즌이 내게는 더욱 중요하다. 그만큼 긴장을 놓치지 않고 더욱 야구에 매진하겠다”라는 말로 성실함을 우선시했다.
3년 간 38승을 올린 효자 외국인 투수 니퍼트는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다. 2011시즌 15승을 올린 뒤 일본 요미우리로의 이적 가능성이 컸으나 다른 환경에 대한 불안감, 두산 프런트의 노력에 감화되어 재계약을 체결한 니퍼트는 지난해 11승에 이어 올 시즌 19경기 12승4패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오른 견갑골 석회화 증세로 인해 두 달 가까이 전열 이탈하기도 했으나 마운드에서의 니퍼트는 믿음직한 에이스 그 자체였다.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동점 허용,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 동점 스리런 등 계투로 나섰다가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는 바람에 포스트시즌에서는 아쉬움을 보였으나 반대로 니퍼트가 선발진을 지키지 못했다면 두산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추진력이 붙지 못했을 것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연신 ‘미안하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던 니퍼트는 “딸아이도 한국을 많이 좋아한다. 나와 가족들이 사랑하는 곳에서 다시 한 번 더 좋은 성적에 도전한다”라며 네 번째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장수 외국인 투수이자 어느새 팀 투수진의 형님급 선수가 된 만큼 단순한 외국인이 아닌 팀워크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칠 만한 투수다.
선발 투수가 경기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대단하다. 아무리 좋은 공격력을 갖췄더라도 선발 투수가 경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힘든 경기, 힘든 시즌을 치르게 되며 좋은 순위도 장담할 수 없다. 선발진 길잡이가 될 ‘노희트 트리오’에게 두산이 거는 기대는 상상 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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