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가 150회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시작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던 '임성한 월드'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충격, 허탈, 분노의 강도는 더해졌다.
그 동안 앙숙으로 지내온 오로라(전소민 분), 황시몽(김보연 분)의 화해를 중심으로 급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이 드라마는 그간 임성한 작가의 어떤 전작보다도 막장의 정도가 '셌다'는 평이다. 시청률 면에서는 성공했지만 자극적인 소재와 여러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퇴행적인 드라마란 비판도 받았다.

개연성 없는 중심인물들의 연이은 하차를 시작으로 시청자들을 들끓게 했던 이 드라마의 베스트 혹은 워스트 막장신과 이 드라마를 둘러싼 막장 상황들을 다시 짚어봤다. 임성한 작가의 전작 '신기생뎐'에서 유명했던 눈 레이저 장면의 아성(?)에 도전했던 모습들.
1.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
'오로라 공주'가 남긴 명대사. 지난달 6일 방송에서 혈액암에 걸린 설설희(서하준 분)가 박지영(정주연 분)에게 자신의 암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등장했다. 설희는 "암세포도 생명이잖아요.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도 느낄 것 같아요. 내가 잘못 생활해 생긴 암세포인데 나 살자고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들 죽이는 짓 안 할래요"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2. 나타샤는 남자였을까 여자였을까? 성정체성 급전환
당초 나타샤(송원근 분)는 성소수자로 극 중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하나였다. 남자의 몸이지만 영혼은 여자였던 나타샤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또 그 사랑에 아파했다. 그런 나타샤를 보며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 하지만 나타샤는 애인 박사공(김정도 분)이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배신을 당했고 지난 134회에서 중도 하차했다. 하지만 드라마 후반부에서 그가 돌연 성정체성을 바꾸고 나타났다. 그 배경이 시청자들을 기암케 했다. 108배 절을 한 끝에 그는 상남자가 됐다.

3. 따귀는 함묵증도 일으킨다
지난 달 13일 방송에서는 시몽이 일시적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함묵증 설정이 등장했다. 그 충격은 애지중지 키운 동생 마마(오창석 분)가 로라에게 따귀를 한 대 맞은 것 때문이었다. 그 현장을 목격한 시몽은 쇼크로 입원, 충격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에 전에 본 적 없는 수화를 사용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같은 동생이 따귀를 맞은 충격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함묵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쇄도했다.
4. 불경을 들어야만 자는 남자
막장까지는 아니어도, 첫 방송에서 확연히 임성한 월드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게 한 장면이었다. 지난 5월 첫 방송 마지막 신에서 침대에 누워서 잠들어 있는 마마를 두고 누나들이 옹기종기 모여 불경을 낭독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펼쳐져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5. ㅈㄹ도 풍년예요~
지난 9월 10일 방송에서는 임성한 월드의 한 특징인, 마치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자막, 이 중에서도 욕설 자막이 등장했다. 박지영이 노래방에서 열린 촬영 뒤풀이 현장에서 윤해기(김세민 분)가 막춤을 추자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때 박지영 머리 위로 말풍선이 그려지며 '하이구 ㅈㄹ이 풍년예요…'라는 욕설이 담긴 자막이 떴다. 앞서도 "ㅈㄹ을 떨어요", "놀구들 ㅈㅃㅈㄴ" 등이 등장한 바 있다.
6. 오창석 첫날밤 막춤 '역시'
오창석이 드라마 속 명장면으로 꼽는 신이다. 오창석은 한 방송에서 이 드라마의 명장면을 묻는 질문에 "오로라와 신혼여행 가서 막춤을 추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며 "제가 하기에도 어색하고 민망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나름대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답했다. 당시 오창석은 마마와 로라의 첫날밤 장면에서 파마머리 가발에 통 넓은 아줌마 바지 차림으로 막춤을 추며 코믹한 이벤트 장면을 연출해냈다. 비단 이번 드라마 뿐 아니라 전작에서도 드러났던, 춤을 사랑하는 임성한 작가의 취향이다.
7. 알고 봐도 충격..사상 초유 하차 예고
지난 달 18일에는 등장인물의 죽음까지 사전 공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해당 홈페이지에는 "'오로라 공주' 제작진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11. 18) 126회 방송분에서 극중 로라 어머니 사임당(연기자 서우림)이 숨을 거두게 됩니다"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연이은 하차에 잡음이 일자 제작진이 낸 나름의 해결책. 이런 종류의 예방 주사라니. 시청자들은 다시한 번 충격을 받았다.

8. 브로맨스 혹은 일처다부제
전 남편과 현 남편이 동거를 했다. 로라는 언젠가부터 두 남자와 함께 살아갔다. 이혼한 남편과 현재의 남편은 병간호라는 명목 아래 가족처럼 지냈다. 설희가 병에 걸리고 이를 마마가 간호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이런 괴상한(?) 전개가 탄력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가족 공동체를 만들려는 세 사람의 모습은 일부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진격의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일일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파격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둘의 모습은 브로맨스를 연상케 했다. 혹은 금기시된 일처다부제이기도 했다.
9. 떡대와 마마의 죽음
극 중 12, 13번째 '증발'의 희생자였던 개 떡대와 황마마의 죽음 하차는 '데스 노트'의 절정을 만들어냈다. 떡대는 돌연사, 마마는 사고사. 마마는 제작보고회에도 참석했던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었다. "개까지 죽일 필요가 있었나. 나름대로의 사정은 있었겠지만"이라는 배우 홍요섭의 멘트는 이 드라마의 조각난 감상이다.
10. 사고사는 맞으나 하차는 아니었던
드라마의 마지막, 시몽 자매들과 로라 등 온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마마의 영혼이 등장했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마마 역 오창석의 깜짝 재출연이었다. 이 장면은 "사고사 당하지만 하차는 아니다"라는 MBC 관계자의 궤변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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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공주' 캡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