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데뷔 초기 그는 선발 유망주로 9승을 따내며 팀의 기대를 모았다. 부상과 제구난으로 고난의 2년을 보낸 뒤 지난해 그는 필승 셋업맨으로 맹활약했다. 올 시즌 마무리로 기대를 모았으나 시즌 전 발 부상 여파로 인한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한 아쉬운 한 해였다. 그리고 다음 시즌 계획도에서 마무리 후보에서는 제외되었다. 구위만큼은 두산 베어스 투수진 최고급인 홍상삼(23)의 2014시즌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충암고를 졸업하고 2008년 2차 3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홍상삼은 2009년 5월 갑작스레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9승을 따내며 팀에 공헌했다. 후반 부진으로 인해 평균자책점이 5.23까지 상승했으나 주전 줄부상으로 고전하던 두산에서 홍상삼의 선발 두각은 분명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2010~2011시즌에는 팔꿈치 부상과 들쑥날쑥한 제구로 인해 6점 대 평균자책점과 4승에 그쳤다.
2012시즌은 홍상삼의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였다. 시즌 전 선발 후보로 훈련했으나 계투로 보직 이동해 시즌을 맞은 홍상삼은 4월 후반부터 팀의 셋업맨으로 맹위를 떨쳤다. 그해 9월8일 대구 삼성전 연장서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이닝 무실점 구원승을 따낸 것은 대단한 임팩트를 발산했다. 2012년 홍상삼은 53경기 5승2패1세이브22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엔트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호사다마였다. 지난해 12월 자율훈련 중 발 골절상을 입은 홍상삼은 전지훈련 막판 합류했으나 훈련량이 확실히 부족한 상태였다. 팀은 5월서부터 홍상삼이 뒷문을 지켜주길 바랐으나 기복이 컸다. 55경기 5승4패5세이브9홀드 평균자책점 2.50으로 표면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승계주자 실점률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안정적인 투구 내용은 아니었다. 피안타율도 1할9푼9리로 좋았으나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이 1.33에 달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3이닝 무실점 수훈도 보여줬으나 넥센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공중 고의 볼넷 폭투를 보여주기도 했다.
잘 던질 때는 특급이었으나 안 될 때는 덕아웃에 앉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던 홍상삼. 현재 두산은 홍상삼 마무리 복안을 접은 상태다. 송일수 신임감독은 올 시즌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된 뒷문에 대해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이용찬의 마무리 합류”라고 밝혔다. 이용찬은 2009~2010시즌 51세이브를 올리며 활약했고 선수 본인도 마무리 보직에 대한 열망을 선발로 뛰면서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팔꿈치 수술 전력이 있는 만큼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수혈할 가능성도 약간 열려있다.
그렇다면 홍상삼의 내년 보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다. 선수의 다음 시즌 보직을 일찍부터 언급하는 자체가 시기상조. 다만 홍상삼의 경우는 팀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기대치가 큰 만큼 선발로의 복귀 가능성도 열려있다. 김경문 감독 재임 시절 홍상삼은 높은 타점과 다양한 구종 구사 능력을 인정받아 주로 선발 등판했던 바 있다. “이닝 당 볼넷이 적은 투수가 중용될 것”이라는 송 감독의 지론을 생각해보면 72이닝 동안 45개의 볼넷을 내준 홍상삼의 경우는 계투보다 다시 선발 후보로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지난해 선발로 뛰었던 이용찬이 마무리로 이동할 경우 4선발 자리를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홍상삼은 두산 내에서 가장 직구 구위가 뛰어나고 포크볼 낙차가 큰 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급 투수로 활약했던 실적도 갖추고 있으나 꾸준히 2~3시즌 이상 수준급의 성적을 올리지는 못한 만큼 안정된 반석에 오른 투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진 재능이 많은 투수라 팀에서는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어떤 날은 뛰어난 쾌투를 선보이다 어떤 날은 갑작스러운 붕괴를 보여주며 팬들을 들었다 놓았다 들었다 놓았던 홍상삼의 다음 시즌 보직은 어디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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