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가 지난 20일 안방극장에 일으켰던 잡음을 뒤로 한 채 시청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물론 이 드라마는 ‘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왕꽃선녀님’, ‘하늘이시여’,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등 안방극장에 파란을 일으켰던 임성한 작가가 펜을 들었기에 방영 전부터 시끄러운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황당하고 엽기스러운 사건과 사고에 시달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오로라공주'가 막장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고 말할 정도로 논란을 드라마의 인기 전환점으로 삼는 듯한 일들을 벌여왔기 때문. 다른 막장 드라마를 오히려 심심하게 만들 정도로 급이 달랐던 진격의 막장드라마가 걸어온 길은 정말 파란만장했다.
# 떼죽음의 시작, 박영규·손창민·오대규의 석연치 않은 돌연 하차

지난 5월 20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간간히 황당한 전개를 보이긴 했어도 한동안 별탈 없이 방송됐다. 욕설 자막이나 상식을 뛰어넘는 대사는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 6월 극중에서 죽음을 맞아 하차한 변희봉이 유체이탈을 하면서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지난 7월 여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오빠들이자 겹사돈 분위기를 풍겼던 박영규, 손창민, 오대규가 한꺼번에 하차하면서 떼죽음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배우들은 갑작스럽게 제작진으로부터 하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제가 됐다. 이때부터 MBC는 ‘오로라공주’를 둘러싼 잡음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임성한 작가의 전횡 논란의 불씨를 지피는 빌미를 제공했다.
# 안방 농락? 동성애자 송원근의 하차와 재등장
극중 동성애자 나타샤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샀던 송원근이 8월에 하차했다. 송원근을 기점으로 이 드라마는 임성한 작가의 데스노트라는 우스갯소리가 붙기 시작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둘 떠나거나 죽는 설정으로 하차가 이어진 것. 더욱이 송원근은 하차 직후 이성애자로 재등장하며 안방극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나타샤와 같은 얼굴을 한 이성애자인지, 아니면 나타샤가 이성애자로 변모한 것인지 불명확한 이야기 전개를 보이더니만 결국 나타샤는 종교를 통해 이성애자로 돌아왔다. 이 같은 몰상식한 전개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 백옥담은 임성한 작가의 조카? 송원근 하차로 인한 특혜 논란
송원근이 하차하는 동시에 극중에서 나타샤가 좋아했던 박사공(김정도 분)과 노다지(백옥담 분)의 러브라인이 불붙었다. 초반 동성애자로 그려졌던 박사공이 노다지에게 눈을 돌리면서 양성애자가 됐고, 나타샤는 하차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 노다지를 연기했던 백옥담이 임성한 작가의 조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임성한 작가의 조카로 지목되고 있는 백옥담을 띄워주기 위해 다른 배우들의 분량을 줄이면서 송원근이 하차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제기였다. 결국 MBC는 특혜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한편, 송원근의 하차는 예정돼 있던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 도대체 연장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이 드라마는 지난 8월 조기종영설에 시달렸다. 각종 논란으로 부담감을 느낀 MBC가 ‘오로라공주’를 서둘러 끝내려고 한다는 것. 하지만 MBC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조기종영설은 추후 불거진 연장을 둘러싼 잡음에 비하면 미미한 바람이었다. 그 사이 배우들은 무려 10명 가까이 하차한 상황이었다. 잊을 만하면 누군가 또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쯤, 연장설이 불거졌다. 이미 120회에서 150회로 한 차례 연장했던 이 드라마는 지난 달 50회, 15회 추가 연장설이 터졌다. MBC가 수차례에 걸쳐 연장을 논의 중이지만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히는 사이, 드라마 곳곳에서 “임성한 작가가 연장을 요청했다더라”, “MBC가 연장을 막았다더라” 등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졌다.
# 시청자가 뿔났다...임성한 작가 퇴출 운동
임예진, 서우림이 하차했다. 심지어 줄하차 논란을 의식한 제작진이 서우림의 하차를 공식 홈페이지에 미리 예고하면서 자체 스포일러라는 비아냥 섞인 시선이 쏟아졌다. 결국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포털 사이트 다음의 청원 게시판인 아고라에 임성한 작가의 퇴출 운동을 벌였고, 이는 삽시간에 퍼지며 크게 화제가 됐다. 임성한 작가를 둘러싼 범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오로라공주’는 여전히 시청률 20%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극중 인물들이 떼죽음을 하는 동안에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강아지 떡대고 죽었고,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황마마(오창석 분)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기함할 설정들이 이어졌다. 무려 12명의 배우와 강아지 떡대가 드라마를 떠났다. 이는 전쟁이 난무하는 대하 사극보다 더한 기록이었다.
이 같은 논란의 연속이었지만 ‘오로라공주’는 꿋꿋히 방송됐고, 허무한 결말만 남기고 종영했다. 지난 7개월 동안 온갖 논란의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에 시달렸지만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공주’는 무려 150회 동안 방송됐다. 시청률 역시 후반부 들어 20%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시끄러웠던 이 드라마가 떠난 자리에는 막장 드라마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 ‘빛나는 로맨스’가 오는 23일 오후 7시 15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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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