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남의 여행, 최대한 '진짜'로 담아내
혼자남의 여행은 여유롭고 화려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안함과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배우 김광규가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통해 47세 처음으로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20일 방송에서는 이런 설레임 가득한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드디어 마음 속에 담아뒀던 타지로 떠나는 김광규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누군가와 함께가 아닌 혼자만의 여행이라 외로울 법도 하지만, 2013년 연말 자신을 위한 생일 선물이란 감격적인 의미가 김광규에게는 더욱 컸다.
생애 첫 유럽 배낭여행을 나서기 전 이를 계획하는 모습은 설레임 그 자체. 하지만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나왔다. 떠나기 전 지인들은 그에게 비행기를 경유할 때 정확한 시간을 알고 'transfer' 글자만 잘 찾아가라고 조언했지만, 낯선 영어에 김광규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러면서도 "어린 친구들이 '오빠 같이 관광해요'라고 할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듣자 귀가 솔깃해졌고, '그런 흑역사를 꼭 만들고 싶다"라며 마음 속 의지를 불태워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여행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인천공항까지는 매니저의 배웅을 받으며 무사히 도착했지만, 비행기 티켓에 적힌 영어식 날짜표기를 이해하지 못해 탑승수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친절한 여행객과 승무원 덕에 수속을 무사히 마치긴 했지만, "탑승수속 밟는데 심장이 바운스했다"라며 설렘과 두려움 긴장이 공존하는 속내를 고백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광규가 환승지인 아부다비 공항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하며 이른바 '멘탈 붕괴'에 빠진 모습은 이날 고난 에피소드의 최고조였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낯선 곳에서 우왕좌왕 그에게서 나혼자 여행의 낭만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김광규는 진짜 '혼자'가 돼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제작진은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고, 낯선 상황에 놓인 그에게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프로그램이 '진짜' 나 혼자 여행을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신경쓴 부분임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혼자가 아닌 또 다른 의미의 '함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여행 초보자에게 힘이 돼 준 것은 처음 만난 낯선 사람들의 손길들.
휴대전화를 잃고 당황해 하는 그에게 다행히 근처에 있던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고, 그는 공항직원이 보관 중인 휴대전화를 무사히 되찾을 수 있었다. 또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다른 홀로 여행객들은 소중한 인연이 됐다. 스케줄이 같은 사람들은 금세 여행친구가 되며 인연을 맺었다. 실수와 시행착오로 가득찬 여행길이지만 세상은 그래도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있구나란 생각도 들게 했다. 물론 연예인이기에 승무원들의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를 받는 남다른 경험도 했다.
"죽다 살아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혼자만의 해외 여행을 시청자들에게 여실하게 보여준 김광규는 보는 이에게 자신의 첫 여행길을 떠올리게 하며 공감을 형성했다, 김광규 만큼이나 답답한 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가 얼마나 여행할 틈도 없을 만큼 숨가쁘게 지난 날을 달려왔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련해진다. 타 여행 예능보다 더욱 집요한 관찰 형식도 돋보인다.
nyc@osen.co.kr
'나 혼자 산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