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신기한 '왕가네', 막장에도 부부애 담았다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12.22 07: 58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단순한 막장드라마는 아닌가보다. 험난한 사건사고들을 통해 막장 속에 숨어있던 부부애의 메시지가 발견됐으니 말이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딸 수박(오현경 분)의 아이를 잃어버리고 마는 앙금(김해숙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앙금은 심해지는 건망증으로 여러 번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그리고 이는 복선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앙금은 시장 나들이 중 데리고 나간 아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황당한 사건은 왕가네 사람들을 발칵 뒤집었다. 앙금의 반응은 공포에 가까웠다. 자신의 탓으로 아이를 잃어버린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손주가 진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런 생각에 빠진 앙금은 몸을 떨었다. 그러나 수박은 그런 엄마를 보살피지 못했다. 수박은 "애 잘못되기만 해라. 엄마고 뭐고 어딨냐"고 소리를 질렀다.

그의 예의없는 말에 왕봉(장용 분)이 나섰다. 그는 "네 엄마다.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것 안보이냐"고 소리치며 수박의 뺨을 내리쳤다. 이어 왕봉은 "당장 네 새끼들 데리고 나가라. 이러다 내 마누라 앓겠다"며 "자식새끼들 다 소용없다"고 외쳤다.
결국 아이는 돌아왔지만 앙금의 상처는 아물지 못했다. 그 때부터 왕봉의 지극정성 위로가 시작됐다. 왕봉은 전적으로 앙금의 편을 들며 그의 옆에 붙어있었다. 왕봉의 정성 덕분인지 앙금은 조금씩 웃음을 찾았다. 왕봉이 사온 붕어빵을 나눠먹는 두 사람은 오랜만에 부부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속 왕봉은 전형적인 가장이다. 인자하기는 하나 표현에 서툴고,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곤란한 일을 당할 때도 있다. 사실 그럴 때마다 서러운 건 앙금이었다. 아내보다 어머니를 위하고 자식을 위하는 왕봉이 야속하기만한 앙금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두 사람은 부부애를 되찾았다. 자상하고 따뜻해진 왕봉이 "어머니께 잘해라"는 잔소리를 하자 앙금은 입을 삐죽이며 "이럴 때까지 어머니 타령이냐"고 말했다. 비록 대화의 내용은 잔소리였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가깝지만 먼 사이인였던 부부가 한발 더 서로에게 다가갔음을 알 수 있었다.
'왕가네 식구들'은 이른바 막장이라는 평을 듣는 드라마다.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행동과 며느리오디션과 같은 상식을 넘어서는 소재들이 등장하기 때문. 막장드라마계에서 MBC에 '오로라공주'가 있다면 KBS에는 '왕가네식구들'이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날 비춰진 왕봉과 앙금의 부부애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막장드라마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막장스런' 에피소드들을 통해 부부애를 비롯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모두 벗겨진 것은 아니다. 신기한 막장 세상 '왕가네 월드'가 그저 그런 막장으로 남을지 아니면 메시지를 분명히 담고 의미있는 드라마가 될지 궁금증을 더한다.
mewolong@osen.co.kr
'왕가네 식구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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