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환이를 기억하며" 1년만에 뭉친 88둥이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2.22 07: 31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멤버들이 故 이두환을 추억하며 1년 만에 다시 뭉쳤다.
김광현, 박윤(이상 SK), 김강, 이용찬, 임태훈(이상 두산), 이재곤, 이상화(이상 롯데), 양현종, 김선빈(이상 KIA), 김남형(넥센) 등 쿠바 대회 멤버들은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주점에서 일일호프를 열었다. 1년 전 열지 못했던 행사가 다시 열린 것이다.
이들은 쿠바 대회에 함께 참가했던 이두환을 돕기 위해 지난해 12월 22일 일일 호프를 계획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퇴골두육종이라는 병을 앓고 있던 이두환은 8차례 수술과 힘든 재활 끝에 전날인 21일 하늘로 떠났다. 선수들은 당시 상의 끝에 친구의 비보 속에 일일호프를 여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이두환의 이름은 선수들의 모자 위 'DH'라는 이니셜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88둥이 친구들은 다시 한 번 뜻을 모았다. 그들은 이제는 도울 수 없는 친구 대신, 이두환 같이 난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소아암 환자와, 나아가 유소년 야구를 돕기 위해 일일호프를 다시 기획했다.
이날 선수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새벽 3시까지 이어진 일일호프를 의자에 한 번 앉지 못하고 치러냈다. 88년생은 아니지만 당시 함께 대회에 나섰던 막내 김선빈은 여기저기서 귀염둥이 역할을 했다. 김현수(두산), 오선진, 하주석(한화) 등 다른 선수들도 좋은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일일호프를 찾았다.
북적북적했던 팬들도 일일호프의 분위기를 달궜다. 17테이블이 놓인 주점은 쉴 새 없이 테이블 주인이 바뀌었다. 번호표만 약 200장이 나갔다. 3시간을 기다린 팬도 있었다. 양현종은 "돈을 우리가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일을 하는데 많이 쓸 수 있어 행복하다. 여기까지 찾아주신 팬분들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행사는 끝이 아니었다. 선수들은 일일호프가 끝난 뒤 다함께 이두환이 잠들어있는 파주 서현공원을 찾았다. 바로 12월 21일 이두환의 기일이었다. 다른 때보다 유난히 사이가 돈독해 프로에 데뷔하고 나서도 매년 모임을 가졌던 2006년 쿠바대회 멤버들은 그렇게 다시 한 번 친구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야구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려보지 못하고 잊혀지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 이두환 역시 그가 가졌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지 못하고 글러브를, 배트를 놓았지만 그의 친구들이 아직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이름을 달고 좋은 일을 하며 먼저 떠난 친구의 이름을 더 널리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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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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