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미비하다. 1군 경력도 없다. 그러나 이를 돌려 말하면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SK 마운드의 차세대 동력으로 손꼽히고 있는 윤석주(23)가 그런 선수다.
SK는 현재 7명의 선수가 따뜻한 괌 재활캠프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승호 엄정욱 전병두라는 장기 재활 선수들을 비롯, 김성현 이명기 박승욱이라는 젊은 선수들도 심신을 다스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선수가 있다. 팬들에게는 이름이 낯선 우완투수 윤석주다. 나머지 선수들과는 달리 1군 경력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재활캠프에 합류한 것 자체만으로도 구단의 큰 기대를 대변한다.
지난 2009년 SK의 2차 3라운드(전체 24순위) 지명을 받은 윤석주는 아직 베일에 가려 있는 유망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명 후 1군에서 뛰어본 적이 없다. 2011년 상무에 입대, 2년간 가능성 있는 활약을 보여준 것이 전부다. 하지만 팀 내에서는 이 ‘유망주’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2군 코칭스태프는 올해 1군 무대에 진입한 백인식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보고 있다.

직구 구속은 평범하다. 평균 구속은 137~140㎞ 정도다.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구속 외에 특별한 것이 있다. 팀 린스컴(샌프란시스코)을 연상하게 하는 역동적인 투구폼, 비교적 안정적인 제구력, 그립을 따로 쥐지 않아도 자연 커터가 되는 직구가 코칭스태프를 사로잡는 매력이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타자들이 막상 상대할 때는 위압감이 커진다. 커브 때문이다. 커브의 각이 예리해 이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는 타자로서는 직구의 위력이 상대적으로 배가될 수밖에 없다. 구속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
전환점은 상무에서의 2년이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 기량이 부쩍 늘었다. 윤석주도 “제구가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상무에서 던지다보니 제구가 좋아졌다”고 떠올린다. 기량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야구에 대한 절박함이 강해졌다. 그러자 자연히 성실해졌다. 윤석주는 “성실함이 가장 좋아진 것 같다. 상무 성적이 좋게 끝났으니 제대하면 1군에 한 번쯤 올라가 봐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정말 간절했다”고 회상했다. 젊은 투수가 성장하는 대표적인 코스를 윤석주도 밟았다.
의욕이 너무 앞섰을까. 2013년은 부진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1군에 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욕심을 부렸다. 퓨처스리그(5경기 10⅔이닝 3피안타 평균자책점 0) 성적이 너무 좋아 아팠다는 사실을 잊었다. 결국 어깨에 탈이 났다. 윤석주는 “잘 던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던지니 어깨 쪽에 무리가 됐던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괌 재활캠프다.
하지만 마냥 잃지만은 않았다.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욕심을 내기보다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기로 했다. 괌 재활캠프는 그 첫 시작이다. 윤석주는 요즘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술 훈련과 보강 훈련을 번갈아가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는 포수를 앉혀놓고 60개 이상을 던질 정도까지 몸이 올라왔다. 이미 구사 능력을 인정받는 커브 외에 포크볼과 체인지업 연마에도 매달리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구속 증강도, 변화구 연마도 아니다. 윤석주는 “구속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 구속보다는 제구다. 상무에서 이를 느꼈다. 올해도 (유)희관이형을 보면서 제구만 좋으면 잘 던질 수 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대신 가장 기본적인 것을 목표로 잡았다. 아프지 않는 것이다. 한 번 아파본 윤석주로서는 건강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24살 또래의 투수들에게는 잘 없는, 어쩌면 소중한 경험이다.
윤석주는 “아프지 않고 스프링캠프에 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했다. 그 다음에 대해 묻자 “스프링캠프 가서 잘 던져야 한다. 갑자기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웃었다. 거창하게 1군에서 몇 승을 하겠다는 목표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야구에 대한 겸손함, 멀리 내다보는 시각이 절로 느껴진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한 윤석주다. 점점 자신을 채워가고 있는 윤석주의 앞으로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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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