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김준호의 '대상' 왜 더 값진가..나락에서 왕좌까지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12.22 08: 41

개그맨 김준호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코미디 연기로 리얼 버라이어티 활약상으로 늘 남을 웃기는 데 몰두했던 그는 2013년의 끝자락에서 마침내 스스로의 행복을 찾게 됐다. 2013 KBS 연예대상에서 영광의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기 때문이다.
김준호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13 KBS 연예대상에서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이영자 이경규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도박 사건에 연루돼 자숙하다 복귀한지 약 3년 만의 쾌거다. 뜨거운 눈물이나 구구절절한 소회는 없었지만 비교적 짧고 굵은 소감의 마무리에 "나 대상 먹었다"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에선 깊은 감격의 속내가 읽혔다. 얼마나 힘들게 돌고 돌아 온 날들인가.
올해 김준호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KBS 2TV '개그콘서트'는 물론 '인간의 조건'과 '해피선데이-1박2일'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종횡무진했다. 뿐만 아니라 '해피투게더3'와 '퀴즈쇼 사총사', '풀하우스' 등 크고 작은 프로그램에 고정 혹은 객원으로 등장해 쉴틈 없는 일년을 보냈다. 김준호가 끼지 않은 KBS 예능 프로그램이 드물 정도로 여기 저기 그의 땀 냄새가 진동했다. 그 노력을 보상이라도 받듯 김준호는 마침내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지난 2012년에도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고배를 마셨고 올해 재도전해 거둔 수확이라 더 의미가 크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그의 대상 수상이 값진 것은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인내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개그콘서트'에서 탁월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며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로 자리했던 그는 지난 2009년 도박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으로 그는 당시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1년 가까운 자숙기를 보내야 했다. 최고 맏형인 그가 떠난 '개그콘서트' 무대는 한동안 휑했다. 대중의 질타도 꾸준했다. 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자 노력했던 프로 개그맨이란 기억보다 도박에 빠진 나약한 코미디언으로 기억되는 듯 했다. 그 시기를 김준호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거의 1년 만에 그는 도박사건 이전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개그콘서트'의 '씁쓸한 인생' 최종회를 통해 전격 복귀했다. 절친인 김대희가 대신했던 '씁쓸한 인생'의 형님 역할로 그는 어렵사리 재기의 신호탄을 쐈고 자신의 허물을 셀프 디스하는 개그로 다시 무대에 섰다. 그렇게 2010년 말부터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달리기 시작한 그는 3년 간 하루를 한달처럼 쓰며 누구보다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왔다.
마침내 3년 노력이 그 결실을 본 날이다. 프로그램도 역할도 가리지 않고 그야말로 KBS 직원처럼 동분서주한 끝에 제작진의 신뢰를 회복했고 시청자들의 사랑도 되찾은 모습이다. 그의 대상 트로피가 유독 빛나고 무거운 이유는 그가 단지 오랜 무명 세월을 거치며 생활고를 겪어야 했던 흔한 사연의 주인공이라서가 아니다. 자칫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뻔 했던 코미디언의 현명한 재기와 그 성공에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
코미디에 대한 목마름으로 질주하며 전천후 활약을 펼치는 가운데서도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주최하고 회사를 설립해 후배를 양성하는 등 남다른 코미디 사랑을 보여준 공로까지 이제는 제대로 인정받은 모습이다.
issu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